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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국제 유가의 추가 강세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이 수급 균형을 이뤄가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불확실성,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개시, 주요 산유국의 감산 지속 재료가 맞물리면서 80달러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00달러 안착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IHS 마르키트의 댄 예르긴 부사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뉴스와 인터뷰에서 "수요가 많은 오는 7월에는 지금보다 몇 달러 높은 수준으로 유가가 올라갈 것"이라며 조만간 최고 배럴당 85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 5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이날 국제 원유 시장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79.28달러로 전날 종가보다 1.1% 상승하며 80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달러 강세 재료에도 불구, 지난 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까닭이다. 올해 들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약 19% 상승했다.
지난 1년 동안 국제 유가는 글로벌 과잉 재고를 줄이기 위한 주요 산유국의 감산 정책과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꾸준한 오름세를 탔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긴장 재료가 가세하면서 급등세를 연출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각각 올해 여름 브렌트유 82.50달러, 내년 중 100달러를 예상했다.
예르긴 부사장은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생산량 감소, 이란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 재개, 예멘 및 시리아 전쟁 위험이 유가를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걱정했다. 예르긴 부사장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은 2년 전 하루 약 250만배럴에서 현재 하루 140만배럴 정도로 급감했다. 내년에는 80만배럴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지난 2014년 말부터 석유 시장을 짓눌렀던 과잉 공급 현상은 해소됐다는 평가는 계속 나오고 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협약이 큰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작년 초부터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회원국은 원유 생산을 하루 약 180만배럴 줄이기로 했다. 180만배럴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에 해당하는 규모로 감산 조치는 올해 말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월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상업용 석유 재고량이 29억1900만배럴로 직전월보다 2680만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수급 균형이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기준인 '최근 5년 평균치보다 100만배럴 감소'한 수준이다.
◆ OPEC "79달러? 높은 수준 아니다"
유가가 올해 들어 극적인 회복세를 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산유국은 감산 정책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이날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복수의 OPEC 대사에 따르면 OPEC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이는 공급 부족이 아니라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단기 급등일 뿐이라고 일축해, 감산 정책을 서둘러 철회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
또 통신은 별도의 OPEC 관계자를 인용, 사우디아라비아는 투기 세력에 의한 유가 급등에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후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유가 79달러가 지나치게 높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아니다"라고 답해 유가 상승에 대해 OPEC이 우려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미국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유가 랠리가 단명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관련 업종에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호치키스 앤 와일리 미드 캡 밸류 펀드의 스탠 마제르는 베네수엘라 등 OPEC의 생산 감소와 미국 퍼미안 분지 생산량을 둔화시킬 병목 현상이 올해 말까지 유가를 70달러보다 꽤 높은 수준으로 올려 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