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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이해영 감독의 핏빛 참극 '독전'

기사등록 : 2018-05-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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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생을 쫓는 원호(조진웅)와 락(류준열) [사진=NEW]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원호(조진웅)는 오랫동안 실체 없는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을 집요하게 쫓아왔다. 어느 날 조직 소유로 추정되는 마약 제조 공장에 의문의 폭발사고가 발생한다. 유일한 목격자는 간발의 차로 사고를 피한 조직의 후견인 연옥(김성령). 사고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연옥은 제 발로 원호를 찾아온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믿었던 경찰서에서 연옥은 살해당한다.

연옥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미궁에 빠지려던 찰나 이번에는 사고 생존자가 나타난다. 락(류준열)이다. 원호는 조직에 버림받은 락에게 공조를 제안하고, 배신감에 들끓던 락은 이를 수락한다. 이후 두 사람은 조직의 우두머리 이선생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을 만나게 되고, 이선생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잡는다.

영화 ‘독전’은 실체 없는 무언가를 잡기 위해 끝없이 내달리는 이야기다. 죽음과 복수가 이어지고 스크린 가득 피가 넘친다. 영화 전반에는 광기와 냉기가 짙게 뱄다. 믿을 수 없게도 ‘천하장사 마돈나’(2006) ‘페스티발’(2010)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4) 이해영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 그리고 첫 번째 범죄극이다. 섬세한 묘사와 독특한 상상력으로 이번에는 핏빛 나는 참극을 만들었다. 지독하고 참혹하다. 살인, 마약, 노출 등도 가감 없이 담았다. 

빠른 리듬감은 강점이다. ‘독전’은 처음부터 강하게 몰아쳐 흡인력을 높인다. 앞서 이해영 감독은 “캐릭터에게 일상이 허용되지 않는다. 누구도 옷을 갈아입거나 밥을 먹지 않는다. 쉼표 없이 달려가는 화법이 대중성이고 노림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피로도는 높지 않다. 이 감독은 관객이 지치지 않게 중간중간 환기 장치를 넣었다. 일테면 공간이 바뀔 때 풀샷을 잡는다거나 음악을 바꾸는 식이다. 혹은 염전 장례식 시퀀스처럼 정서적인 장면을 삽입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광기 어린 열연을 펼친 배우 진서연과 고 김주혁 [사진=NEW]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독전’의 백미다. 조진웅은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쫓고, 극한으로 내달리는 원호를 입체감 있게 살려냈다. 락으로 분한 류준열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많은 대사 없이도 눈빛과 표정으로 락의 상실감, 공허함을 담아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류준열은 데뷔작(소셜포비아, 2014)때 부터 ‘연기 잘하는’ 배우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지점이 온다. 

진하림 역의 고(故) 김주혁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최고다. 그의 마지막 작품임을 부정하게 만드는, 올 수 없는 그의 다음을 갈구하게 만드는 압도적 열연이다. 이외에도 진서연(보령 역), 박해준(선창 역), 차승원, 김성령, 그리고 ‘농아 남매’ 김동영과 이주영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상의 연기를 끌어냈다. 

원작은 두기봉 감독의 홍콩 영화 ‘마약전쟁’(2013)이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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