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용 기자 = 사법부가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에 '봐주기' 수준의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대부분의 몰카 범죄자가 법정에서 실형을 피해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2017년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범죄자 중 실형 선고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성범죄자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유예 등의 가벼운 처분을 받았다. 대다수의 성범죄자가 범죄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할 수준의 법적처벌을 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재판에서도 성범죄자에 대한 사법부의 관대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몰카 범죄는 성폭력 처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2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이춘근 판사)은 여성의 신체 부위를 다섯 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로 촬영한 A(41)씨에게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동종 범행으로 이미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재판부는 영상자료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형 집행을 유예했다.
또 지난 10일 제주지법 형사4단독(한정석 부장판사)은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여 승무원의 치마 속을 촬영한 대학생 B(25)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B씨의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양형 이유를 설명했지만, 벌금형에 그쳤다.
앞서 지난달 9일 울산지법 제1형사단독(오창섭 판사)은 해수욕장에서 휴대폰으로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외국인 A(29)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렇듯 몰카 성범죄에 대한 일선 재판부의 처벌 수위가 약하다보니, 단순한 장난이나 성적 호기심 충족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인터넷 사이트의 포토갤러리 등에서는 몰래 촬영한 듯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노출 사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사법부는 몰카 성범죄자가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외부 유출로 이어질 잠재적 위험성에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
최근 몰카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대두시킨 '홍대 누드모델 몰카'와 '항공대 성관계 동영상', '경기 지역 고등학교 기숙사 영상' 등 잇단 사진과 영상 유출의 근본적인 이유에는 사법부의 관대한 처분이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될 경우, 피해자에게 몰카공포 등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로 남게돼 평생 고통을 받게 된다. 한 사회운동가는 "몰카 촬영 및 유포 등 '걸려도 벌금내면 그만'이란 인식이 커진다면 범죄가 줄어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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