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총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고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 수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데다, 법원 내부에서도 엄정 대응 촉구 지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고발은 10건에 가까운 상황이다. 전국공무원 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가 이날 오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이번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통합진보당대책위원회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잇달아 양 전 대법원장을 조만간 고발할 방침이다.
이미 참여연대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의 고발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김성훈 부장판사)에 배당돼 있는 상태에서 추가 고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사법권 남용' 의혹 관계자 형사고발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18.05.30 deepblue@newspim.com |
여론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실제 청와대 홈페이지에 마련된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와 함께 재임 시절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심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이미 수 십여 건 올라와 있는 상태다.
법원 내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인 최상기(49·사법연수원 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법관대표회의 의장으로서 대법원장께 관련자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을 겨냥한 최 부장판사의 이같은 언급에 오는 6월 11일로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입장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18.05.25 yooksa@newspim.com |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와 서울가정법원 단독·배석판사회의 역시 내달 4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논의할 전망이다.
실제 일선 판사들 다수도 이번 사건이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엄중한 사태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경지법 소속 판사는 "조사단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며 "법관 독립을 훼손시킬 수 있는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에 대한 조치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착수의 관건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조사단의 최종 조사보고서를 검토한 뒤 최근 법원행정처를 통해 내부 의견을 살펴보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강제 수사에 대해선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검찰이 사법부에 수사 칼날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독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서는 법원을 수사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사태가 점점 커지고 고발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사를 안하고 나몰라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일단 김 대법원장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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