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10년 만에 만났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란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로 관객과 만나는 배우 차지연(37)을 개막에 앞서 지난 25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먼저 만났다.
"4월 중순부터 연습을 시작해서 재밌게 하고 있어요. 극중 에스메랄다가 16살인데 저는 애엄마에요. 상대 배우분들께 사과하면서 연습하고 있죠.(웃음) 아마 제 느낌에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올해를 끝으로 두 번 다시 무대에 설 수 없을 것 같아요. 더 나이들기 전에 이런 기회를 줘셔 너무 감사해요."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차지연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5.25 deepblue@newspim.com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제작 마스트엔터테인먼트)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중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세 남자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은 프랑스 대표 뮤지컬이다. 올해는 한국어 라이선스 개막 10주년을 맞아 더욱 특별하다.
"2008년에 이 작품이 초연할 때 오리지널 배우들이 공연을 하는데 돈이 없어 3층 끝에서 봤는데도 아직도 그 흥분감이 생생해요. '대성당의 시대'가 귀에 꽂혀서 프랑스어를 발음 그대로 써서 외우고 노래했죠. 그때 오디션이 떠서 바로 찾아갔는데 저보고 너무 크대요. 'Too tall'이라고.(웃음) 그래서 10주년에 마지막 한을 풀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지금은 평균 신장이 많이 올라간 상태라서 행복하게 하고 있어요."
차지연이 맡은 '에스메랄다' 캐릭터는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순수한 영혼을 동시에 지닌 매혹적인 집시 여인이다. 대부분 섹시한 역할이라고 여기지만, 차지연은 연습을 통해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됐다.
"에스메랄다가 옆트임이 과하고 브이넥이 과한 의상을 입고 섹시한 느낌의 춤을 춰서 섹시하게만 여기는데, 막상 연습해보니 보여지는 관능미는 그냥 가지고 태어난 것일 뿐이에요. 스스로가 섹시하다고 생각하고 어필하는 게 아니라, 본인은 몰라요. 그저 순수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맑고 영혼을 가진 여자에요. 자유분방하고 당차지만 순수한, 세 남자의 사랑을 받는 만큼 다양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매력들이 자기도 모르게 내재돼 있어야 하는 캐릭터라서 더 어렵게 느껴져요."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차지연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5.25 deepblue@newspim.com |
'에스메랄다'는 차지연뿐만 아니라 배우 윤공주, 유지까지 트리플 캐스팅이다. 특히 윤공주는 2013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 참여한다. 때문에 차지연은 그를 '노담 선배님'이라고 부른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윤)공주 배우가 여러 시즌을 했고, 자연스럽게 연륜이 쌓인 걸 무시할 수 없잖아요. 여러 팁도 얻고 배우고 있어요. 이미 극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훌륭하죠. 유지는 신인이지만 노래도 굉장히 잘해요. 곡 소화 능력이 좋아서 듣기 좋을 거에요. 저의 경우는, 노래를 말하듯 표현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큰 사람이라 오히려 노래를 못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할 거에요. 낯설게 느껴질까봐 걱정이 되기도 해요.(웃음)"
'노트르담 드 파리'는 송스루 뮤지컬(Song-through)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이루어진 뮤지컬이기에, 이번 작품에서 노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에스메랄다'의 매력인 보헤미안 안무 또한 새로운 과제다. 이전까지는 안무가 있었지만 지난 시즌부터 즉흥으로 꾸며진다.
"모든 곡이 다 좋은데, 노래가 너무 어려워요. 사실 연습실에 와서 놀란 게 이렇게 에너지가 큰 작품인지 몰랐어요. 댄서와 아크로바틱 배우들의 몸짓에 매료됐어요. 객석에서 볼 때는 무대와의 거리도 있는데다, 조명이나 의상, 메이크업에 갇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연습실의 열기를 관객들도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는 겁이 없어서, 보헤미안 안무를 매회 감정에 따라서 즉흥으로 해야 하는데 재밌을 것 같아요. 어차피 춤 못 추니까 내 마음대로 추는 거죠, 뭐.(웃음) 좋은 시도인 것 같아서 재밌게 하려고 해요."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차지연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5.25 deepblue@newspim.com |
차지연은 지난 2016년 아들을 출산해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결혼과 출산, 육아는 그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대할 때 목소리 톤이 달라지는 것뿐만 아니라 연기할 때도 달라졌다. 특히 차지연은 자신보다 팬들이 변화를 더 잘 느낀다고 전했다.
"저는 제 자신이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아주 오랫동안 저를 지켜봐온 팬분들이 많이 느끼시더라고요.(웃음) 다른 것보다 아이에 관련된 작품을 하게 되면 오는게 달라요. 그 전에는 몰라던 감정을 알게 됐고요. 이래서 여선배님들께서 아이를 낳고 다시 연기를 해야 한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죠.(웃음)"
아이를 키우면서 작품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성격상 자신이 남에게 일을 잘 못 맡기기 때문에 더욱 피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차지연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하다가도 "아이가 에너지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워킹맘은 힘들어요.(웃음) 누군가 애를 봐주거나 살림을 해주는 사람이 있을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성격상 남에게 일을 잘 못 맡기거든요. 육체적인 한계치는 넘은 것 같은데 정신으로 붙잡고 사는 것 같아요. 잠을 쭉 못 자니까 정말 힘들죠. 하지만 아이 하나 바라보고 그 힘으로 살아요. 제가 어렸을 때 국악을 하면서 어른들의 기대에 스트레스를 받아오면서 자랐기 때문에, 아이한테는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어요. 자유를 주고 공부도 안 하겠다면 안 시키고요.(웃음) 엄마아빠가 뮤지컬 배우이긴 하지만 그냥 똑같이 일하는 사람이라고, 직업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평범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차지연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5.25 deepblue@newspim.com |
지난 2006년 뮤지컬 '라이온킹'으로 데뷔해 각종 뮤지컬과 연극,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까지 모두 섭렵한 차지연. 이미 많은 작품과 역할을 해봤지만 딱 하나 못 해본 것, 바로 남자 역할이다. 그는 "함부로 해서는 아니지만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너무 좋은 작품들을 많이 했어요. 사실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요. 캐릭터의 다양성도 많지 않아서 변화하고 싶어도 기회도 많지 않고 용기내기 쉽지 않죠. 하지만 깨트리고 나가서 욕을 먹어도 해보는게 좋더라고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 남자 캐릭터에요.(웃음) 함부로 해서는 안되고, 성별의 다름에서 주는 매력은 본질적이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긴 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어요. '노트르담 드 파리'를 하다보니 '그랭구와르' 역할이 탐나더라고요.(웃음)"
한국어 버전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차지연의 에스메랄다는 어떻게 무대 위에서 구현될 지 기대감이 높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내달 8일부터 8월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10년간 사랑받고 무대에 올려지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어요. 굉장히 철학적이고 시원하게 연출돼 있지만 섬세한 부분도 많아요. 참여하게 돼 너무 영광이죠. 제가 느낀 열기와 감동, 수많은 감정들을 여러분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대 위에서 맨발로 땀나게 뛰어다녀요.(웃음) 열정적으로 임할 테니, 저의 에스메랄다 기대해주세요."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