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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그 사람 김영철...천안함 폭침 주동자서 '세기의 특사'로 변신

기사등록 : 2018-06-0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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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복심'...트럼프 만나 북미정상회담 재개 성사
남북회담 경험만 30년...대남정책 총괄하며 긴장 고조시켜
천안함 폭침·사이버 해킹의 주범...'외교관' 이미지로 변신 중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예방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에게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접견을 마친 뒤 직접 배웅하고 있다.

 ◆ 김정은 위원장이 '믿고 맡긴 남자' 김영철…'북미 테이블' 다시 차린 일등공신으로 부각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복심'으로 평가된다. 그는 최근 김 위원장의 두 차례 중국 방문과 남북정상회담 자리에 모두 배석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 앞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북한의 대남공작과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장 출신이다. 북한의 핵무기 관련 주요 정보를 김 위원장만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와 맞상대할 '특사'로 김 부위원장을 보낸 것은 그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가 반영됐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누군가. 미 언론들조차 "예측 불허의 협상가"라고 언급할 만큼 변화무쌍한 외교술을 전개하는 책략가다. 불과 일주일 전 북한 고위관료들의 비난 섞인 발언 이후 곧바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언론에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은 사업수완이 뛰어난만큼 배포가 크고 주관적 판단도 강하다. 특히 주변 참모들조차 의견을 꺼내놓기 쉽지 않은 까다로운 정치 리더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을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 다시 나오도록 설득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 '백악관 배웅, 즉석 기념사진'...트럼프 환대 받은 김영철

이번 방미를 통해 김 부위원장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임무를 완수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실하게 전달, 미국의 의구심을 누그러뜨리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기자들에게 성과를 설명하면서 "친서 내용이 매우 좋고 흥미롭다"고 밝혔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떠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트럼프 대통령이 "좋다. 흥미롭다"고 언급할 수 있는 대목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치에 부응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흥미롭다"는 대목 또한 의미심장하다.

한 대북 전문가는 "흥미롭다는 말은 호기심이 생길 때 쓰는 용어 아니냐"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담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전개될 북한의 비핵화 수순을 기대한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얼마전 북미정상회담을 취소시켰던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려세웠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북미정상회담)에서 (김위원장을)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6.12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은 셈이다. 트럼프의 마음을 돌려세웠을 뿐 아니라 다른 성과도 올렸다. 막후 협상 파트너였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지난 달 31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에 열릴 정상회담은 북한에 안전 보장과 경제적 번영을 성취할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약속도 거듭 확인 받은 것. 김 부위원장으로선 임무를 100% 이상 달성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면담이 끝난 뒤 직접 백악관 건물 밖으로 나와 김 부위원장을 직접 배웅했다. 극진한 환대였다. 또 즉석에서 기념 사진을 함께 찍을 정도로 김 부위원장을 각별히 대우했다.   

◆ 천안함 폭침·사이버 해킹의 주범...군사작전과 도발의 상징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27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출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은 김 부위원장이지만, 사실 국제사회에서 그의 이미지는 '대단히 위험한 인물'로 분류돼있다.

당장 김 부위원장은 천안함 폭침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져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9년 2월 정찰총국장에 임명된 뒤 대남공작과 군사도발을 관장해왔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4월 2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 당시 취재 제한에 대한 해명을 위해 기자들과 만났을 때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에 대한 인식이 어떻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부위원장은 천안함 폭침 외에도 2015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2014년 발생한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공격사건의 배후로 꼽은 인물도 김 부위원장이다.

30년 동안 대남정책 주무른 '베테랑'...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숨은 주역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옆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앉아있다. 2018.4.27

김 부위원장은 1989년 남북고위당국자회담 예비접촉 이후 남북회담에만 30년 가까이 참석해온 ‘대남협상 베테랑’이다.

2016년에는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에 올랐다. 그는 천안함 폭침, DMZ 목함지뢰 도발 등의 배후로 알려졌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외교관 같은 이미지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 폐막을 앞두고 방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을 잇따라 면담하면서 사실상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물꼬를 텄다.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느 않았지만 외교가에선 김 부위원장을 남북정상회담의 숨겨진 주역으로 보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를 이끌어내는 '북한 외교의 중심축'이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에 대한 명확한 해명, 사이버 해킹 등 국제사회를 분열시키는 테러 주동자라는 오명을 씻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대전환 속에서 '천안함 폭침 주동', '정상회담의 숨은 주역' 등 두 가지 얼굴로 가려진 김 부위원장이 다시 또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 그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지, 한반도 평화시대에 김영철이라는 인물이 무엇을 할 것이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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