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삼성 등 기업에게 후원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39)씨가 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김종(57)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징역 3년이 유지됐다.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 / 이형석 기자 leehs@ |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는 1일 이들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장 씨의 항소이유만 일부 받아들이며 이같이 판결했다.
장 씨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2억4000만원)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검찰 추장처럼 자부담금이 일부 부풀려졌다거나 그러한 의사로 보조금신청서에 기재했다더라도 자부담금 기재금액과 보조금결정액수 간 상관관계 및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문체부 보조금을 타기 위해 어떤 기망행위나 편취행위가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장 씨의 업무상횡령죄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는 법인 관리자 또는 운영자가 법인과 관련 없거나 개인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법인자금을 빼내 비자금을 조성한 경우 그 자체로 불법영득 의사가 인정된다고 보고있다”며 “장 씨가 사무실 임차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영재센터에서 누림기획 등으로 자금을 이체한 단계에서 이미 불법영득 의사가 명백히 표출되고 실현됐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장 씨가 최순실씨,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 등 삼성그룹 관계자로부터 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 지급하도록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장 씨의 일부 범죄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으나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 씨에게 인정된 범행 중 업무상횡령 부분은 범행 후 피해금액을 모두 변제했다는 점에서 통상적으로 실형을 선고할 사유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최 씨와 공모해 박 전 대통령 등의 직권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삼성전자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지원받고 이를 영리의사인 사업자금으로 쓰는 등 사익 충족에 사용한 점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양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김 전 차관의 항소이유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장기간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선구적인 역할을 한 점은 인정되지만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중립적 위치에서 공익을 추구할 의무가 있는데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 씨를 통해 차관의 위치를 공고히 할 목적으로 최 씨의 사익 추구에 적극 협조했다”면서 “후세에 이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벌백계할 필요가 인정되므로 징역 3년의 형이 과중하다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 이형석 기자 leehs@ |
앞서 장 씨는 최 씨와 함께 자신이 운영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후원금 약 18억원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장 씨가 검찰과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고려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 전 차관은 기업들이 영재센터를 후원하도록 압박하고 최 씨가 사실상 운영하던 더블루K와 GKL이 용역 계약을 체결토록 강요한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