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해고 당할까봐 참다가 결국 병에다···.”
“임신한 몸으로 격노에 시달리다 결국 유산했어요.”
아마존 패키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프리카 어느 후진국의 공장 근로자들이 하는 얘기가 아니다. 배송 혁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유통 공룡으로 부상한 아마존 창고의 민낯이다.
1일(현지시각) 영국 일반노조(GMB)는 지난 3년간 영국의 14개 아마존 물류센터에 응급차 출동 건수가 600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경쟁사인 테스코 물류센터의 응급자 출동이 8건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볍게 여기기 어려운 수치다.
현장에서 근무 중에 응급 상황을 맞은 이들 가운데는 과로에 시달리다 유산한 임산부와 감전 사고, 중증 외상 등 심각한 환자도 상당수에 달했다.
병원을 후송될 만큼 위급한 상태까지 이르지 않은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열악한 근무 여건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여성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에서 “만삭의 몸으로 10시간 동안 서서 일했다”며 “감독관들은 임신한 사실을 알면서도 더 열심히 일하라며 압박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끔찍한 작업장”이라며 “영혼을 파괴하는 감옥”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수백만에 이르는 미국인이 아마존의 고객으로 존중 받고 있지만 정작 내부 근로자들의 일상은 전혀 다른 세계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 잡지 엔터프리뉴어에 따르면 물류센터의 한 근로자는 “해고를 당할까봐 화장실 가는 것도 쉽지 않다”며 “직원들이 참고 일하다가 병에다가 볼일을 보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아마존 물류센터는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엄격한 통제하고 있고, 잠깐의 휴식이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는다고 잡지는 밝혔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배송 물량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업무 강도가 한층 높아진다는 것이 직원들의 얘기다.
아마존 측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업무로 인해 직원들의 건강이나 태아가 위험에 놓이는 상황이 발생하면 업무를 변경해 위험을 낮추는 한편 유급 병가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
하지만 국내외에서 소매 시장을 평정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를 바라보는 공룡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의 어두운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