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자회사가 발행한 회사채가 최종 디폴트(채무불이행) 처리되면서 국내 채권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안정적인 경기 흐름을 바탕으로 중국 회사채 시장을 새로운 투자처로 삼았던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당장 업계에선 CERCG의 또 다른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투자한 국내 증권사들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최근 인기를 끌던 중국 회사채 관련 투자 심리 역시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4일 금융투자업계 및 IB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날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중국 CERCG 본사를 직접 방문했다. 두 증권사는 CERCG 자회사인 CERCG캐피털이 발행한 회사채(총 1억5000만달러)를 기초자산으로 1646억원 규모로 조성된 ABCP 발행을 주관했다.
앞서 CERCG는 자회사 CERCG오버시즈캐피털이 발행한 3억5000만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채권 원리금을 갚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회사채는 CERCG가 직접 지급보증했으나 만기일인 지난 달 11일 원금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데 이어 최종시한으로 지정한 25일에도 이를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에 따라 CERCG 자회사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국내서 발행된 ABCP 역시 손실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해당 상품의 만기는 오는 11월이지만 자금난에 휩싸인 CERCG가 특정 자회사에 대해서만 지급보증을 이행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일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채권시장은 경기 회복 기조와 함께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로 촉발된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되며 역대 최대 발행량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회사채 전체 발행액이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하는 등 순채권 발행액이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기업들의 차입 구조가 꾸준히 악화되며 정상적인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그림자 금융이 다시 확대됐다는 지적이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CERCG와 마찬가지로 기존에 발행된 회사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는 경우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정보제공업체 CEIC,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기업의 회사채 부도 규모는 393억위안에 달한다. 올해 역시 4월까지 70억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자본시장 특유의 ‘깜깜이 공시’ 역시 이번 사태를 촉발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CERCG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외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에 대해 역내 모회사가 보증을 제공하는 역외보증구조는 최근 중국의 외환 관련 규제완화에 힘입어 그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CERCG가 지난 달 중순 예정된 원금지급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외신을 통해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같은 중국 금융시장의 고질적인 불안 요인이 해결되지 못할 경우 투자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중국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높은 공기업으로 분류된 기업마저 잇따라 디폴트 위험에 휩싸인 만큼 중국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허위 공시, 불성실한 감사보고서 제출 등 중국기업들의 신뢰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중국 채권과 연계된 ABCP에 대한 금융당국의 모니터링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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