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건설업계에 이란발 해외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다.
대림산업의 대(對)이란 수주계약이 무산되면서 미국 대이란 경제제재 해지 후 이란과 수주계약을 체결한 다른 건설사들의 사업도 사업지연 및 수주계약 무산이 점쳐지고 있다.
이란 수주계약 대부분이 기업들이 재원을 조달하게끔 돼 있어 대이란 경제제재가 지속되는 한 정상적인 사업진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8일 건설업계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미국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한 후 이란과 수주계약을 맺은 건설사는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SK건설 세 곳이다.
지난 2016년 당시 미국을 비롯한 주요 6개국은 이란 정부와 비핵화 단계별로 포괄적 공동행동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JCPOA에서 탈퇴하면서 이들 업체가 이란과 맺은 해외 수주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6년 이후 국내 건설사들의 대이란 수주계약 현황 [자료=각 사] |
이란발 해외 리스크가 가장 먼저 가시화된 곳은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1일 2조2334억원 규모 이란 이스파한 정유시설 추가 설비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계약 발효 전제조건인 금융조달 기한 만료로 공사 수주계약을 해지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도 지난해 맺은 3조8000억원 규모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 수주계약과 관련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사업 진행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수주한 계약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달기한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PF조달협의를 이어나갈 생각”이라면서도 “대외적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사업 진행여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K건설은 이란에서 가스복합화력 원자발전 사업권과 타브리즈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 두 건을 수주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두 건 다 정식계약 전 단계에 머물러 있어 문제가 크지는 않다는 분위기다.
SK건설 관계자는 “두 사업 모두 정식계약 이전으로 타브리즈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은 가시화된 부분이 없어 의사결정할 필요가 없고 이란 가스복합화력 원자발전 사업권 역시 7~8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당장 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사업팀에서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 우선은 정식계약 전 벌어진 일이라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사업 모두 계약한 건설사들이 직접 금융조달을 하게끔 돼 있어 미국과 이란 사이 극적인 정세 변화없이는 사업 지연 및 계약해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아·중동실장은 “이란이 오랫동안 경제제재를 받아 정부가 가진 자금이 부족하다”며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이란과의 해외수주 계약은 이란 측에서 수주 기업들이 직접 필요한 재원을 주선을 하거나 확보해오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 발주처들이 자신의 재원으로 직접 발주해 기업들이 시공만하거나 기업들이 직접 투자해 돈을 벌어가도록 개발권이나 사업권을 주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국가가 돈을 지불하는 다른 해외수주와 달리 이란은 해외투자자들을 PF형식으로 모집했기 때문에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사업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란 해외수주계약이 취소되더라도 기업 신용평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5실장은 "해외 수주계약은 워낙 리스크가 큰 사업이기 때문에 대규모 수주를 체결했을 때도 보수적으로 반영한다"며 "장비나 인력이 투입됐다면 큰 일이겠으나 앞선 상황들은 본격적인 장비 및 인력이 투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만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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