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비핵화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정치적 연결고리가 보다 분명하게 확인됐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한지웅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손을 들어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2018.06.12 |
‘화염과 분노’를 부르짖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CVID(온전하고, 확인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빠진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것이나 ‘리틀 로켓맨’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은 데는 11월 중간선거 승리는 물론이고 2020년 재선이라는 ‘그랜드 플랜’이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과 외신들은 우려된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백악관을 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도박’이 자칫 제 발목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결실을 안겨줄 만큼 비핵화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거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한반도 상황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석학들은 경고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강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언론사 인터뷰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즉각 핵 폐기에 착수할 것이라고 장담한 한편 북핵이 더 이상 전세계에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등 확신에 찬 발언을 쏟아냈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비핵화 없이는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한 동시에 많은 쟁점에 대해 북한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김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호언장담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신뢰가 미국 안팎에서 무너질 것이라는 점이다.
회담에 앞서 미국 공화당 의원들조차 준비가 부족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고, 중간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반나절의 회담을 마친 후 그의 발언 역시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감안할 때 지나치게 앞서간다는 지적이다.
14일(현지시각) 미국 CBS는 외교 방면의 경험이 거의 없고 군 복무도 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결점이 이번 회담 과정에 드러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회의론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리 부커(민주당, 뉴저지) 상원 의원은 CBS와 인터뷰에서 “장기간 우방국이었던 캐나다를 저버리고 북한과 친선을 도모하는 것은 미국 외교의 충격적인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주한 미군 축소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북핵 전문가로 통하는 미들버리 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이 실질적인 결실을 이루지 못할 경우 양국의 관계가 급랭, 이르면 2020년 핵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8월 발간 예정인 자신의 저서 <The 2020 Commission>에서 제시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북한이 과거와 같은 행위를 되풀이하거나 미국이 원하는 만큼 비핵화에 속도를 내지 않을 경우 정치적인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화염과 분노’라는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우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