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작년 여름 북한이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한 미국인 사업가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에게 북미 정상회담 의향을 타진했다고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국빈만찬 행사에 도착한 재러드 쿠시너-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수석고문 부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가브리엘 슐츠라는 이름의 이 사업가는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아시아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할 때 만나 교류해온 인물로, 사업차 북한을 수차례 드나든 경험이 있다. 그는 북한 최고위급 관료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의 만남을 추진할 비밀 채널을 물색했다고 NYT에 설명했다.
매체는 북한에게는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가 트럼프 행정부 초기 인사 물갈이에서도 안전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만큼 북미 대화 추진 의향을 전달할 최적의 인사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당시 커져가는 북한 핵위협 때문에 행정부 내부에서도 대북 대응을 두고 이견이 커지던 상황인데, 쿠슈너는 이와 관계 없이 트럼프에게 북한의 의향을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전, 현직 미국 관계자들과 협상 관련자들은 지난주 싱가포르 북미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쿠슈너의 막후 채널은 물론, 첩보원들 간 비밀 만남과 기업가들 간의 논의 등 다방면에서 노력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매체는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슐츠의 초기 접촉이 가장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게 협상 관련자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다만 슐츠로부터 북측 의향을 전달받은 쿠슈너는 직접적인 비밀채널 역할을 하지 않고 당시 중앙정보부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에게 부탁했으며, 쿠슈너가 왜 미 국무부가 아닌 CIA를 택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무부 장관이었던 렉스 틸러슨과의 불화가 배경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NYT는 또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추진한 배경에는 자신들의 핵탄두 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미국 대륙을 강타할 수준의 미사일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대북제재 해제로 이어질 수 있는 협상에 유리한 포지션을 다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보도에 백악관과 CIA는 관련 코멘트를 거부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