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법무부가 27일(현지시간) 미디어 대기업 월트디즈니의 21세기폭스 엔터테인먼트 사업 인수 계획을 승인했다. 폭스가 보유한 스포츠 네트워크(채널)을 매각하는 조건에서다. 디즈니는 폭스의 엔터테인먼트 자산을 둘러싼 컴캐스트와의 치열한 인수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사실상 디즈니의 인수가 유력하다는 평가다.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21세기 폭스[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법무부는 이미 스포츠 전문 방송국 ESPN을 소유하고 있는 디즈니가 폭스가 가지고 있는 22개 지역 스포츠 채널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회사의 713억달러(약 80조57억원) 규모 폭스 엔터테인먼트 자산 인수 계획을 승인했다. 디즈니는 90일 이내 폭스의 스포츠 방송국을 매각할 예정이다. 원매자를 찾지 못하면 법무부에 90일을 추가 요청할 계획이다.
인수 대상은 폭스의 콘텐츠 부문이 대다수다. 20세기폭스필름과 TV스튜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 지분을 비롯, 스타인디아와 스카이PLC 같은 폭스의 해외 사업이 포함됐다. 폭스뉴스와 폭스방송국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엔터테인먼트 제국' 중 주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WSJ은 설명했다. 인수가 완료되면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개시를 앞둔 디즈니는 넷플릭스 등과의 경쟁에서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반독점 당국인 법무부의 이같은 승인으로 디즈니는 폭스 엔터테인먼트 자산을 둘러싼 인수전에서 대형 케이블 업체 컴캐스트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작년 12월 디즈니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폭스 자산을 52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달 컴캐스트가 전액 현금으로 650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현금과 주식을 조합, 713억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발표하며 폭스와 이같은 인수안에 합의했다.
앞서 컴캐스트는 폭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다른 기업과 사모펀드 등과 연합을 꾸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독점 우려를 완화할 스포츠 방송국 매각 등의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가 디즈니의 인수안에 대해 승인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폭스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디즈니는 자신들의 인수안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 데 있어 컴캐스트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디즈니와의 계약은 직접 경쟁자들이 결합하는 수평적인 합병인 데 반해, 컴캐스와의 계약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 간에 결합이기 때문이다. 분리된 부분 간에 합병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에 따르면 폭스는 컴캐스트의 인수에 대해 "규제 리스크가 크다"고 봤다. 폭스는 "컴캐스트와의 거래에서의 잠재적인 규제 위험을 포함한 다양한 이유로 디즈니와의 협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