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민준 기자= 현대자동차는 중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율 10% 포인트 인하 조치에 다소 떨떠름한 표정이다. 가격 인하 여력이 생긴 독일 고급차 브랜드의 공세가 예상돼서다. 반면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미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한 현대차는 관세 인하에 따른 이득은 경쟁업체에 비해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4일 현대차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 본사 중국 사업본부는 지난 2일 ‘판매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중국의 수입차 관세 인하 조치 이후 BMW와 벤츠,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와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의 가격 공세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날 회의에서 고급 브랜드에 대응하기 위한 가격 정책을 어떻게 구사할지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마케팅을 어떻게 펼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완성차 수입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부품 수입관세를 기존 8~25%에서 6%로 각각 인하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에서 30만 위안(5000만원)에 판매하는 수입차는 여태껏 7만5000위안 관세를 내야했지만 이 달부터 4만5000위안만 내면 된다. 3만 위안(500만원)가량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미 중국에서 고급 브랜드 승용차를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재규어, 토요타 등 중국 내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은 일제히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현지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우디 중형세단 A6의 기본형 가격은 5800만원에서 5300만원으로 내려간다. 또, 토요타 캠리 기본형 가격은 3100만원에서 2600만원으로 떨어져, 캠리 같은 경우 현대차 쏘나타 3100만원보다 오히려 10% 가까이 저렴해졌다.
특히 최근 중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수입차에 대한 수요가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 입장에서 고민되는 부분이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자동차 122만대 가운데 독일산이 33%(40만2600대)로 가장 많았다. 미국산이 22%로 2위를 차지했다. 이들 다음으로 일본산 20%, 영국산 9% 순이다.
현대자동차 북경 공장.[사진=현대차] |
이처럼 독일과 일본, 미국의 완성차 브랜드들이 잇달아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현대차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고율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미 중국회사와의 합작법인 형태로,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한 상태로, 관세 인하로 인한 이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중국시장은 기본적으로 생산 설비를 모두 갖춰놓았기 때문에 현대차보다 유럽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독일차 업체 등이 수혜가 크게 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입 판매되는 완성차들이 가격을 낮추면서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