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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는 '52시간 근무'...실제는 '저녁 없는 삶'

기사등록 : 2018-07-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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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은 빨라졌지만 업무량은 그대로, 집에서 야근해"
일부 업종 탄력 근로제 허용 기간 늘리는 것도 방법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패션 업체에 근무하는 A씨는 요즘 퇴근 후 집에서 다시 노트북을 켠다. 이달부터 야근이 금지되면서, 이전과 같은 업무량과 마감기한을 맞추기 위해 집에서 일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업무량이 몰릴 때면 야근을 하고 수당을 받았었다. 결국 회사에서 하던 야근을 집에서 하는 꼴이라, 사내에서는 차라리 돈 받고 야근할 때가 좋았다는 소리도 자주 들린다.

#광고업체에 근무하는 B씨는 근로시간은 줄었지만 '저녁 있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달부터 회사에서 실시한 '자율근무제' 때문이다. '자율근무제'는 전날 야근한 시간만큼 다음날 출근을 늦게 하는 제도다. 근로시간에 맞춰 출근이 늦춰진 날이 많아졌지만, 따로 여가생활을 즐기기는 어렵다. 오히려 다음날 또 야근을 해야 할까 봐 여유 있는 출근을 포기하고 정시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다.

[사진=게티스이미지뱅크]

이달 들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여전히 '저녁 없는 삶'을 지내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형식상으로 근로시간은 줄었지만 실제로는 저녁 여가시간을 갖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패션, 광고 등 야근이 일반화된 업계에서는 근로시간 준수를 맞추려다 보니 이전엔 볼 수 없던 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근무하는 A씨의 회사에서 남은 업무를 집으로 들고 가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했음에도 '저녁 없는 삶'을 맞이하는 셈이다.

A씨는 "업무량은 그대로인데도 회사에서는 52시간 근무를 맞추기 위해 무조건 집에 가라고 한다"며 "집에 안 가도 안되고 일을 안 해도 안되니 결국 집에서 일 할 수 밖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A씨는 "지난달까지는 밤 11시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차라리 늦게 퇴근하더라도 야근 수당을 받는 것이 낫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업무량이 자주 몰리는 광고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업계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추가한 다양한 제도들은 오히려 단축 의도에 어긋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내에 '자율근무제'가 추가된 B씨는 "야근한 시간만큼 출근한 시간을 늦춰주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늦은 시간에 일해도 수당이 아닌 기본급으로 계산되고, 야근이 반복되면 출근 시간이 계속 늦어지게 돼 일찍 나올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또 '저녁 있는 삶'으로 여가를 보내라는데, 저녁 대신 주어진 오전에 여가를 보내기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은 애당초 정부가 근로시간을 단축한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정부에서 설정한 6개월의 계도기간 동안 기업들은 허용된 근로량에 맞는 수준으로 업무량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위원은 "업무량이 몰리는 일부 업종에 한해 탄력근로제 허용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늘려주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4m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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