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토요타자동차가 한국에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에 이어 수입차로서는 네번째다. 토요타와 렉서스라는 ‘브랜드 파워’와 ‘현지현물(現地現物·현지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가서 본다)’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최근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차 등 국내 완성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토요타자동차에 따르면 작년(2017년4월~2018년3월) 매출액은 1조490억원으로 전년(8561억원)보다 22% 증가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608억원으로 전년(451억원)보다 35%, 당기순이익은 355억원으로 전년(157억원)보다 120% 증가했다. 지난해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의 판매량은 2만4301대로 전년보다 22%나 늘어난 것이 큰 힘이 됐다.
성장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다. 한국토요타의 매출액은 2014년에 5387억원에 불과했으나 불과 4년만에 두 배나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을 제외한 기타 수입차가 연간 매출 1조 원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독일 3사는 2012년을 전후해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그 기세를 몰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작년에 매출(4조2664억원) 4조원 시대를 열었고, BMW코리아는 3조633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2조9716억원)과 쌍용차(2조7322억원), 한국지엠(2조7145억원) 등 국산차 3곳 보다 많은 규모다.
한국토요타자동차가 한국 20대를 위해 내놓은 프리우스C.<사진=토요타코리아> |
토요타의 성장세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벤츠, BMW는 국내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개척자로 시장을 선점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양산차 브랜드인 토요타는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차와 직접 경쟁하며 성장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토요타의 캠리, 프리우스나 렉서스 ES300 등은 현대차의 쏘나타, 아오오닉과 제네시스 G80 등과 글로벌시장에서 맞상대다.
한국에서 성장은 토요타의 오랜 경영철학인 '현지현물(現地現物)'이 기반이 됐다.
타케무라 노부유키 한국토요타 사장은 "현지현물 정신으로 한국에서 사랑받는 법을 계속 고민해왔다"고 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토요타가 한국 진출목적이 현대기아차의 안방을 무너트리려 한다는 반감도 있었지만, 오히려 하이브리드 중심의 꾸준한 커뮤니케이션과 고객 만족 마케팅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면서 “토요타 특유의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통한 조직문화가 지속적인 한국 마케팅이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대로 현대기아차는 귀족노조의 파업으로 안티(anti)현대차 정서만 부추겨 이미지 마케팅에서 토요타에 밀렸다”고 지적했다.
‘현지현물(現地現物)’ 정신은 토요타자동차 설립자인 토요다 키이치로(1894~1952)가 토요타에서 생산한 차가 운행중에 문제가 생기면 게이치로 사장과 직원이 현장을 직접 찾아가 운전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한 것에서 유례됐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