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회사채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촉발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크로스 디폴트(동반 부도) 사태가 국내 증권사 간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채권단은 신용평가사와 ABCP 발행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을 상대로 손실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동화 회사 금정제12차의 ABCP를 매입한 국내 증권사들이 한화투자증권과 신용평가사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ABCP는 CERCG가 지급보증한 달러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조성했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그룹(CERCG) 사모사채 유동화증권(ABCP) 유동화 구조 [자료 = 채권단] |
지난 5월 8일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CERCG가 지급 보증한 CERCG캐피탈의 1억5000만달러 규모 달러표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CP 1645억원을 발행했다. 이를 현대차증권(500억원)과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등 5개 증권사가 매입했다. ABCP란 유동화 전문회사인 SPC가 매출채권, 부동산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하지만 지난 5월 11일 CERCG의 역외 자회사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발행하고 CERCG가 보증한 회사채 3억5000만달러에 대한 만기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앞서 ABCP도 발행 3일만에 동반 채무 불이행 위험이 생겼다. 국내 발행 ABCP의 만기일은 오는 11월 9일이다.
채권단은 ABCP의 디폴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상각 처리와 함께 발행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에 손실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ABCP 발행을 주관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허술하게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공급했다고 주장한다. 주관회사가 기업실사는 물론 유선 접촉을 하지 않고 홍콩 에이전시를 통해 사모사채 발행을 추진해 주관사로서 발행업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은 ABCP 발행 주관사가 아닌 발행·판매 주선사라고 맞선다. 기업어음(CP)을 발행할 때 주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사전에 부실을 알았다면 ABCP를 팔 이유가 없다"며 "자산관리자로서 채권단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최대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한화투자증권이 배포한 세일즈 메모를 근거로 한화투자증권이 ABCP 발행 주관사임을 주장한다. 더불어 한화투자증권이 CERCG의 지급 불능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주관회사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자산관리자로서 최소한의 책임만 지려해 금융기관 사이에 신뢰를 져버렸다는 얘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세일즈 메모에는 중국 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를 한화투자증권(HANWHA SecuritieInvestment&s Co.)이 언더라이팅(Underwriting)한다고 명시했다"며 "언더라이팅은 인수, 주관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화투자증권은 사실상 ABCP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투자증권은 언더라이팅은 인수라고 반박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주관사를 지칭하는 말은 'Joint Lead Manager', 'Book Runner' 등으로 따로 있다"며 "법률적으로 한화투자증권이 주관사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용어 사전에는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을 인수라고 풀이한다. 기업이 유가증권을 발행할 때 인수 업무하는 회사가 매출할 목적으로 해당 유가증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득하거나 매출을 주선하면서 수수료를 취득하는 업무라는 정의다.
반면 IB업계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채권 시장에선 언더라이팅이 인수와 주관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최초 발행시장에서 주관사가 물건을 받아오는 걸 언더라이팅이라고 한다"며 "ABCP는 구조화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을 설계하고 매출한 한화투자증권이 거래를 주관했다는 걸 시장이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IB업계는 인수와 주관을 둘러싼 논쟁을 향후 소송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거래 주관사일 경우 거래를 구조화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BCP를 매입한 증권사들은 자기 투자에 원인을 제공한 곳에 소송으로 책임 물으려 할 것"이라며 "채권단인 증권사는 전문투자자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손실액을 떠안는 결과는 나오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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