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디즈니와 컴캐스트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탐나는 자산을 차지하기 위해 대서양을 가로지르며 세기의 인수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케이블TV에 등을 돌리고 온라인으로 점차 돌아서자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신흥 강자들의 경쟁에 직면한 전 세계 굴기의 미디어 기업들이 수백억 달러를 들여 생존을 위한 끈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 디즈니 vs 컴캐스트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와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CEO는 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21세기폭스사와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인터넷 스트리밍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케이블TV에서 점차 등을 돌리고 넷플릭스와 아마존, 후루 등이 제공하는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 미디어 기업들은 순익이 크게 악화돼 살아남기 위해 합병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컴캐스트나 디즈니가 폭스사를 차지하게 되면 ‘심슨’과 ‘엑스맨’ 등의 시리즈를 확보하게 돼 자체적인 스트리밍TV 서비스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컴캐스트와 디즈니와 더불어 폭스는 이미 후루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어 폭스를 인수하면 후루의 과반 주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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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스카이인가?
폭스는 스카이의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다. 스카이는 유럽에서 선두를 달리는 유로TV 기업으로 약 23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카이를 차지하게 되면 미국을 벗어나 유럽까지 진출해 고객층을 더욱 다각화할 수 있다.
영국 투자은행인 리베룸 캐피탈(Liberum Capital)의 미디어주식 연구원 이언 휘태커는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컴캐스트와 디즈니는 배급 네트워크를 확대하고자 하는데, 스카이를 인수하면 영국, 아일랜드, 독일, 이탈리아뿐 아니라 스페인과 스위스까지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카이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점 중계권 등 매우 탐나는 TV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로버츠 컴캐스트 CEO는 스카이의 매력에 ‘심하게 매료됐다’고 말했고, 아이거 디즈니 CEO는 스카이가 폭스의 TV 및 영화 자산에 ‘최우량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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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인수전 성적
지난 11일(현지시간) 컴캐스트는 스카이에 340억달러(약 38조4812억원)로 상향한 인수가를 제시했다. 앞서 폭스사도 인수가를 245억파운드(약 36조1422억원)로 30%나 상향해 제시했는데, 이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폭스사는 2016년 12월에 이미 스카이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영국 반독점 당국은 폭스사의 스카이 인수로 영국 TV와 신문에 대한 머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후 결국 합병을 승인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컴캐스트가 끼어들었다. 통신 및 미디어 애널리스트인 파울로 페스카토레는 “현재로서는 컴캐스트가 인수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인수가를 상향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 스카이를 차지하려는 열망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폭스사는 디즈니에 뺏길 수 있지만 스카이만큼은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디즈니는 폭스사에 대한 인수가를 524억달러에서 713억달러(약 80조7829억원)로 올렸고, 폭스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컴캐스트가 폭스에 제시한 인수가는 아직 650억달러에 머물러 있다.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컴캐스트의 인수 제안은 이것으로 마지막이 될 것이며, 대신 컴캐스트는 스카이 인수에 전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폭스가 컴캐스트보다는 디즈니에 인수되기를 바란다며, 아이거 CEO의 주식이 더 가치가 높고 컴캐스트는 합병 승인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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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인수전 방향은?
폭스사가 스카이 인수 관련 영국 당국의 승인을 받은 만큼 이제 컴캐스트가 제시한 인수가를 넘어서는 액수를 제시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공이 폭스사로 넘어간 것이다.
폭스는 디즈니와의 합병이 걸려 있어 새로운 액수를 제안하기가 다소 복잡한 상황이다. 이러한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디즈니는 폭스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스카이에 인수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미국의 대장 기술기업들을 대표하는 이른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 막대한 현금을 휘두르며 인수전에 끼어들 수도 있다. 다만 휘태커는 미디어 분야는 이들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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