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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의 포수론 ①] ‘프로야구 그라운드의 사령관’ 포수라는 자리

기사등록 : 2018-07-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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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야구에서 포수는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투수와 함께 호흡을 맞춰 경기를 끌어가고 상황에 따라 벤치의 사인을 전달하고 야수들의 위치까지 잡아준다. 9명의 야수 중 유일하게 반대 방향을 보고 경기를 하는 포수는 ‘그라운드의 사령관’으로 불린다. 프로야구 출범 시절부터 지금까지 야구 발전과 함께 포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프로야구에서는 공수겸장의 대형 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 현역 시절 최고의 포수로 주목받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지도자 연수를 거쳐 KBO리그 SK의 사령탑까지 맡았던 이만수 전 SK 감독을 통해 포수라는 포지션에 대해 심도있게 파헤쳐 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만수 전 SK 감독이자 헐크재단 이사장. <사진= 이윤청 기자>

한국 프로야구나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포수의 역할을 투수 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둔다. 왜 그럴까? 야구인에게나 비야구인에게나 포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포수는 투수 리드와 야수 컨트롤과 같은 중요한 임무를 맡은 자리이며 팀의 엄마와 같고 ‘제 2의 감독’이라고도 한다. 그러다 보니 타격이 좋은 포수 보다는 리드가 좋은 포수를 더 선호하고 인정해 주기도 한다.

요즘 타격이 좋은 포수가 간혹 나타나면 ‘공격형 포수’라는 타이틀을 붙여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곰곰히 따져보면 포수는 야수이면서 타자인 것을 놓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격형 외야수나 공격형 유격수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도 포수에게는 수비와 볼 배합의 전적인 책임이란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나도 칭찬한 바가 있는 삼성 포수 강민호도 인터뷰에서 “타격보다는 수비에 더 치중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프로야구가 생긴지 3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포수라는 자리에 대한 선입견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아직도 ‘좋은 포수란 팀을 잘 이끌어가고 투수를 잘 리드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과거에는 지도자들 숫자가 부족한 가운데에서 경기할 때 포수의 역할이 컸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각 포지션마다 코치들이 있기 때문에 굳이 포수가 야수들을 일일이 컨트롤하고 지시할 필요가 없다. 투수와 호흡을 맞추고 리드하는 부분도 예전처럼 포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투수코치, 배터리코치에 전력분석팀까지 있어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포수가 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컨트롤이 아무리 절묘한 투수라도 포수가 요구하는 볼 배합으로 완벽하게 던지기는 어렵다. 타자에 대한 연구와 대비책은 사실 투수코치와 투수들의 몫이 크다. 그런데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배터리코치와 포수가 그날 상대할 타자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하는 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①강한 어깨, ②블로킹, ③포구능력, ④타격 등 4가지를 충족시키는 선수를 좋은 포수라고 하고 이를 기초로 포수의 레벨이 정해진다. 개인적으로 한국 포수들 가운데 송구동작이 가장 빠른 포수라면 과거의 박경완(SK 코치)을 꼽을 수 있고, 어깨가 강한 선수라면 한화에서 은퇴한 조인성, 투수를 편안하게 하면서 이끌어 가는 것은 양의지(두산), 타격은 강민호(삼성), 포구가 안정적인 선수는 진갑용(삼성 코치)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가장 눈여겨 보는 포수는 롯데의 나종덕이다. 여러 면에서 좋은 강점을 고루 갖춘 탐나는 선수다.

특이한 점은 한국야구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볼 배합, 투수리드 항목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포수가 투수를 리드한다’는 말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책임은 투수가 지는 편이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투수코치가 그날 선발 출장할 투수와 포수를 불러놓고 미리 준비된 데이터를 토대로 상대 타자들의 장•단점을 알려주고 어떤 패턴으로 볼 배합을 할 것인지 충분히 얘기해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가 미국에서 생활한 9년 동안 “내 리드 때문에 경기에서 졌다”는 포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미국에서 시즌이 끝난 후 베이스볼 클리닉에서 유소년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포수라는 포지션을 훈련시킬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언제나 공을 잘 잡는 것, 그 것 뿐이었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져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포구 능력은 가장 기본적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포수의 임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소위 ‘미트질’(포수의 프레이밍•Catcher Framing)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공을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미트를 움직이는 것 말이다. 심판들이 포수의 미트질을 보고 판정하는 것이 아닌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그 연습을 열심히 했는지…. 현역 시절 미트질의 대가는 한문연이었다. 그 당시 한문연의 미트질을 보고 있노라면 베테랑 심판도 가끔 속을 때가 있을 만큼 좋았다. 같은 포수였던 나조차 한문연의 미트질을 부러워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야구가 나날이 발전해서 포수의 미트질 때문에 볼과 스트라이크를 잘못 판정 하는 심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제는 포수의 볼 배합이나 리드보다 투수의 실투 여부가 안타로 연결되는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알 때가 됐다. 최고의 투수와 평범한 투수의 차이는 실투를 얼마나 적게 하느냐로 가늠할 수 있다. 이제 포수에게 짐을 좀 내려놓게 하자. 수비에 치중하느라 공격의 맥이 끊어질 정도로 저조한 타격은 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4가지 조건을 갖춘데다가 야구적인 센스까지 더해져 소위 한국에서 말하는 투수리드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물 좋고 정자 좋기’가 쉬운가?

날씨가 점점 무더워 진다. 다른 포지션보다 훨씬 무거운 장비를 걸치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포수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포수가 중요한 야수이면서 아울러 타자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이만수 전 SK 감독•헐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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