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가 신흥국 자산과 상품시장을 강타했다.
이번에는 위안화 하락에 따른 충격으로, 미국과 관세 전면전을 벌이며 촉발시켰던 파장에 이어 자산시장을 또 한 차례 흔들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들[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1년래 최저치로 밀리면서 신흥국 통화가 동반 하락했고, 정크본드를 중심으로 채권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달러화가 상승 탄력을 받으면서 금과 구리 등 금속 상품은 말 그대로 녹아 내렸다.
중국 금융당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에 위안화 평가절하로 대응하고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신흥국 자산에 연쇄적인 충격이 번지는 모습이다.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이 6.8위안 선으로 오르며 위안화 가치가 1년래 최저치로 밀린 한편 터키 리라화가 달러화에 대해 1% 가량 밀렸고, 중국의 경제 사이클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호주 달러화도 1% 이내로 하락했다.
이 밖에 남아공 랜드화가 1.5% 급락하는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하락 압박에 시달렸다.
통화 가치 하락은 채권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을 매입한 해외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환율 움직임은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지고, 신흥국 기업의 달러화 표시 채권 역시 원리금 상환 리스크가 상승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연초 글로벌 채권 금리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던 아시아 정크본드 수익률이 최근 세계 평균치에 비해 2%포인트 가량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금속을 중심으로 상품시장도 중국에 뿌리를 둔 악재에 파열음을 냈다. 위안화를 필두로 한 신흥국 통화 하락은 가뜩이나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기조에 상승 탄력을 받는 달러화를 1년래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이 때문에 상품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진 것.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리 가격이 1년래 처음으로 톤 당 6000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최근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구리는 이달 2015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아연과 납, 니켈, 플래티늄 등 주요 금속 상품이 일제히 2% 이상 동반 하락했고, 금값도 1% 가량 밀리며 온스당 1216달러를 기록해 1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블룸버그는 무역 마찰이 고조된 한편 위안화가 가파르게 떨어진 상황이 금속 상품 가격 급락의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경기 둔화가 상품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팔자’에 무게를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위안화 추가 하락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즈호 은행의 켄 청 아시아 외환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위안화의 역내 및 역외 가치 괴리가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한다”고 전했다.
픽텟 애셋 매니지먼트의 패트릭 즈웨이펠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연초 이후 신흥국 통화의 낙폭이 10%로, 지난 2013년 소위 테이퍼 발작 당시 4%와 비교할 수 없는 수위”라며 “이번 매도 공세는 경상수지 적자국은 물론이고 흑자국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는 점에서 5년 전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외환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눈덩이 부채 문제만으로도 위안화는 추가 하락할 여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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