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민준 기자=“일 하는 방식을 바꾸자.”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최근 ‘창립64주년 행사’에서 경영상황을 언급하면서 이같은 인사말을 건넸다. 평소 기자들에게도 자주 사용하는 의례적인 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 2분기 연속 영업이익 감소, 장세주 회장 경영복귀 등 동국제강 임직원들에게는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바꾸자’는 중의적인 메시지로 들렸다.
지난 2년전 인력 감축과 설비 폐쇄 등 값비싼 수업료를 낸 동국제강은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 형제경영 하에 과거부터 축적한 구조조정 DNA를 다시 일깨우고 있다.
동국제강은 철강업계에서 구조조정 성공사례로 꼽히는 기업이다. 지난 2001년 수장으로 취임한 장세주 회장은 조선업 불황으로 시작된 철강업계 위기를 돌파하고자 2012년 후판1공장 폐쇄, 사옥 페럼타워 매각 등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지난 2015년 9월 장세주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장세욱 부회장은 단독 대표이사 체제과 동시에 대규모 조직개편과 임원교체를 단행했다. 이 때 보직해임 된 40여 명의 인력이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희망퇴직으로 20여명이 퇴사했다. 인력 감축과 함께 후판2공장을 매각했다. 대신 철강라인 증설 등 '돈 되는' 투자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 2017년 회사채 2000억원을 전액 현금 상환하고, 올해 1분기까지 11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급한 불은 껐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사진=동국제강] |
동국제강이 안도의 숨을 쉬기도 전에 외부환경은 다시한번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 한데 이어 이달 중순 유럽연합(EU)도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를 결정한 것.
동국제강의 연간 수출량인 13만 톤 가운데 EU는 5200톤(4%), 미국은 1만3000톤(10%)로 크지 않지만 다른 지역보다 수익성이 높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고 말했다.
내수도 조선‧건설업 불황으로 만만치 않다. 동국제강의 연간 내수 판매량 680만 톤(2017년 기준) 가운데 후판(조선용 철강제품)은 80만 톤, 봉형강(건설용) 4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1.3% 증가한 6조746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4.9% 감소한 243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부진이 이어져 증권업계에선 올 상반기 636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동국제강은 고부가 제품의 신규 해외 시장 창출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인도, 호주 등 대양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동국제강의 올해 상반기 대양주 수출량은 2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수출도 2배 이상 늘어 사상 최초로 1만 톤을 기록했다.
또, 내수에선 럭스틸과 같은 고급 철강 판매에 집중한다. 판매량 보다 수익성 개선을 꾀하겠다는 게 동국제강 측 설명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올해 내수판매량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도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별화된 제품으로 유럽(EU), 대양주 등 수출을 다원화해 미국 보호정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경영 복귀한 장세주 회장의 조직 개편작업도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 장세주 회장의 구조조정 DNA가 살아난 것이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 사장급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책을 신설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장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일정 부분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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