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공약했다. 사람이 먼저인 '복지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정부가 지난 2011년부터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서 도움을 외치는 장애인들이 많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복지강국' 대한민국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에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본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서울에 사는 정 모(55)씨는 1급 중증장애인이다. 군대에서 근육장애를 발견한 그는 10년 후 사지마비가 진행돼 장애인활동보조인 없이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최근 정씨는 눈앞이 캄캄한 경험을 했다. 활동보조인 한 명이 개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정씨는 새 보조인을 구하기 위해 부랴부랴 지역 내 모든 활동지원기관에 연락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인력이 없다' 뿐이었다.
결국 정 씨는 활동보조인 없이 열흘 정도 주위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힘겹게 보냈다. 가뜩이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활동시간이 부족해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은 마당에 보조인마저 구하지 못해 생명의 위협마저 느꼈다.
정씨는 "운이 좋아 이 정도였지 활동보조인을 몇 달째 구하지 못한 중증장애인들이 부지기수"라며 "저같은 중증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이 곁에 없을 경우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정부가 장애인 일상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정작 중증장애인들이 제도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인이 없을 경우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어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부터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혼자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운 1급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후 2013년 2급, 2015년 3급 장애인으로 점차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이용을 원하는 장애인이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신청하면 시군구에 설치된 수급자격심의위원회에서 1~4등급으로 활동지원등급을 평가한다. 이후 시군구에서 인정한 활동지원기관을 통해 활동보조인을 배정 받아 등급별로 보장된 시간동안 활동보조를 받는다. 현재 전국 1079개 활동지원기관과 55개 활동보조인 교육기관이 설치돼있다.
그러나 정작 이 제도의 도움이 절실한 1급 중증장애인들이 제도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우선 활동지원등급 1등급을 받은 장애인이더라도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기본 지원시간은 월간 최대 118시간에 불과하다. 24시간 인공호흡기 조작부터 체위변형 등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절실한 1급 중증장애인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복지부가 요건에 따라 추가 시간을 제공하고 있고 각 지자체도 자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아울러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돌봄이 어려운 만큼 중증장애인들에 대한 활동보조인들의 기피현상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영만 한국근육장애인협회장은 "중증장애인은 지속적인 인공호흡기 조작 등 생명에 직결된 도움이 필요해 활동보조인이 곁에 없으면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며 "정부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움이 절실한 중증장애인들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