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다음주 국토교통부의 항공면허 취소 관련 청문회를 앞두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항공업계 내부에서 국토부가 이미 면허 취소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진에어는 국토부에 공개 청문회를 요청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청문회 과정과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 투명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법적 쟁점을 짚어보기 위해서다. 진에어 직원들 역시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여 국토부를 규탄하고 면허유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2012년 직접 객실승무원으로 현장근무를 했던 조현민 전 부사장. [사진=진에어] |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최근 국토부에 오는 30일로 예정된 면허 취소 관련 청문회를 공개적으로 진행해달라며 '청문공개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국토부는 30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비공개 청문회를 열겠다고 진에어에 통보한 바 있다.
행정절차법 제30조에 따르면, 청문은 당사자가 공개를 신청하거나 청문 주재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개가능하다. 공익이나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없을 때에 한해서다.
진에어는 청문 공개를 요청한 배경에 대해 "면허 취소시 임직원의 생계는 물론, 협력업체와 소액주주, 외국인 투자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청문회 내용이 정확하고 투명하게 이해관계자에게 공유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국토부는 내부 검토를 거쳐 오는 26일까지 청문 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진에어는 국토부의 답변을 기다리며 청문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토부는 30일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진에어를 대상으로 청문 절차를 진행한다.
국토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진에어 직원들도 발 벗고 나섰다. 이들은 25일 저녁 7시 정부서울청사 정문에 모여 '진에어 직원의 생존을 위협하는 국토부 갑질 규탄대회'를 연다.
현재 진에어 직원들은 국토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면허 취소를 강행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선임될 당시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놓고 뒤늦게 면허 취소를 검토, 무책임하게 수천 명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왜 국토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에 애꿎은 우리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이번 집회는 진에어 운항승무원인 박상모 임시대표를 주축으로 준비되고 있다. 진에어에는 별도의 노동조합이 없어 박 대표 등 일부 직원들이 '면허취소 반대를 위한 직원모임'을 구성했다. 따라서 이날 규탄대회도 진에어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질 전망이다.
진에어 면허 취소 논란은 지난 4월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투척' 사건 당시, 미국 국적인 그가 과거 진에어에 불법 등기이사로 재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증폭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 전 전무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간 진에어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현행 항공사업법(9조‧28조)와 항공안전법(10조)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의 주식이나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거나 그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국토부 장관은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따라서 조 전 전무가 '사실상' 진에어를 지배했는지 여부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향후 청문회 등에서 이와 관련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하지만 국토부가 무고한 직원들의 고용불안 우려를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란 시각도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진에어에 대한 제재 방안 발표를 한 차례 미루며 "근로자 등의 고용불안 우려에 대해 이해관계자 의견청취 등 절차 진행과정에서 충분히 수렴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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