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당신은 명백한 범죄자다. 당신이 가진 권력은 그렇게 악용하라고 주는 힘이나 지위가 아니다. 당신은 나에게 단 한 번도 남자인 적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사였고 수직관계였다.”
피해자 진술에 나선 전 비서 김지은(33)씨는 27일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를 향해 사죄와 처벌 수용을 요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결심공판에 출석해 안 전 지사로부터 받은 피해와 고통 등을 증언했다.
김씨는 재판부를 향해서도 “이 사건의 본질은 피고인이 자신의 권력과 힘을 이용해 제 의사를 무시한 채 성폭력했다는 것”이라며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더 큰 괴물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실제로 그의 범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피고인 아래 있던 직원이자 약자였다”며 “피고인은 누구보다 그 위계서열을 잘 알고 있고, 그걸 이용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측 증인들이 ‘마누라비서’라는 처음 들어보는 별명까지 붙여 사건을 불륜으로 몰아가고 본질을 흩뜨리려 한다”며 “저는 단 한 번도 피고인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7.27 yooksa@newspim.com |
김씨는 또 범죄를 당하고도 알리지 못했던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정치권에서는 이력이나 경력이 아닌 평판조회가 유일한 기준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사님 말 한마디로 평생 절대 일을 못 구할 수도, 추천받으며 재취업할 수도 있다”며 “쉽게 뛰쳐나오지 못하고 참야야만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선을 다해 일했는데 성실하다고 칭찬했던 주변 동료들이 이제는 법정에서 그런 마음을 피고인에 대한 사랑인냥 몰아가는 것에 다시 한 번 좌절했다”고 힘겹게 말했다.
30여분 동안 진술을 잇는 내내 김씨는 울음을 참는 목소리였다. 김씨가 가쁜 숨을 쉬며 진술을 이어가는 동안 방청석 곳곳에서도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게 된 계기도 고백했다. 김씨는 “피고인이 저를 불러 미투 언급을 해놓고 또 다시 저를 상대로 범행을 했다”며 “더 이상 이 범죄에서 빠져나올 수 없겠단 생각에 절망했고 무너졌다”고 했다.
그는 “죽고 싶단 생각 밖에 없던 그 때 대선 경선 당시 피고인의 수행팀장 선배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함께 해주겠단 말에 용기를 내어 고소할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거대했던 피고인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범죄를 공론화하고 세상에 저를 알리는 것”이었다며 “저를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저를 보호할 수 있었다”고 피력했다.
김씨는 또 “그간 숨겨져 있던 비참한 피해자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저는 피고인 안희정의 성폭행 피해자들 제일 앞줄에 선 한 사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를 향해서는 다시 한 번 당부했다. 그는 “잘못된 걸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희망만이 저를 살게 해주는 유일한 힘”이라며 “부디 사회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는 가운데 김지은 전 비서를 지지하는 모임의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7.27 yooksa@newspim.com |
이날 9시 56분께 마지막 공판을 위해 출석한 안 전 지사는 “재판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법정으로 향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재개된 재판에서 최후 진술에 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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