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서영욱 기자 = 대한항공 계열 저가항공사인 진에어가 면허 취소를 받아도 '방조' 책임이 있는 정부 공직자들은 처벌을 피할 전망이다.
진에어 문제가 불거진 지금은 국토교통부를 모두 떠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감독권한을 가진 국토부가 조현민 전 전무의 재직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꿎은 말단 직원들만 희생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진에어의 면허변경 신청이 승인될 당시 재임했던 국토부 제2차관과 항공정책실장, 항공정책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은 책임 추궁을 면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 국토부를 퇴직한 사람에게 처벌을 내릴 수는 없다"며 "만약 혐의사실이 확인되면 앞으로 있을 재취업을 제한할 수 있는 인사자료로 통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국토부가 내린 조치에 퇴직자에 관한 처벌은 담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진에어 사태의 '방조' 책임이 있는 국토부 고위 공직자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항공·교통정책 총괄 책임자인 제2차관을 맡았던 최정호 전차관 역시 지금은 국토부를 떠났다는 이유로 책임 추궁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 전실장은 지금 전라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내고 있다. 결국 진에어 사태로 인해 수천명의 실업자가 생길 판국이지만 '방조'의 책임이 있는 고위 공직자들은 여전히'승승장구'하고 있는 셈.
진에어 B777-200ER 1호기 [사진=뉴스핌 DB] |
항공정책의 책임자인 국토부 항공정책실 서훈택 전 실장은 현재 국토부를 떠난 상태다. 지난 2013년부터 국토부 항공정책관과 항공정책실장을 역임하며 항공사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서훈택 전 실장은 최근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서 전 실장은 조만간 대통령 재가를 거쳐 한국공항공사 사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진에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사장 취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공항공사 노조 관계자는 "서훈택 전 실장은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등기임원으로 활동할 당시 국토부의 항공부문 총책임자였다"며 "유착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항공부문 책임자가 대한항공, 진에어 관련 업무를 하는 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정호 부지사 역시 일부 책임에서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 부지사는 차관시절 저비용항공사(LCC)의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LCC 대표들을 수차례 불러 특별 안전점검을 지시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진에어 항공면허 취소와 관련 청문회를 거치기로 하면서 처리방안을 유보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6년 당시 면허변경 신청을 처리한 담당 과장과 사무관, 주무관 3명은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지난 2013년과 2016년 수차례 진에어 면허 변경 신청이 이뤄졌는데 공소시효를 감안해 2016년 2월 대표자 변경 신청 접수를 처리한 담당자 3명만 수사의뢰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로 국토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진에어 처리를 미루면서 이에 따른 면피로 국토부 직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항공법상 해석의 여지가 다른 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며 "진에어에 편의를 봐주려고 했다기 보다 당시 담당자들도 관련 법 해석을 달리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직원들인데 마치 대한한공이나 진에어와 깊은 유착관계가 있었던 것처럼 비춰져 아쉽다"고 말했다.
'물컵 투척' 사건을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미국 국적자임에도 지난 2010년 3월~2016년 3월까지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항공법 위반으로 항공면허 취소 사유이지만 국토부는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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