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지난 29일 치러진 캄보디아 총선에서는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지원을 등에 업은 집권 여당 캄보디아인민당(CPP)이 거의 모든 의석을 싹쓸이 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훈센 총리가 이끄는 인민당이 전체 의석 125석을 모두 차지했다고 전했다. 인민당도 30일 총선에서 77.5%의 득표율을 얻으며 120석 이상의 의석을 획득했다고 자체 발표했다.
총선 결과를 두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민주주의의 후퇴” “엉터리 선거”라고 비판했지만, 중국이 파견했던 선거 감시원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선거는 자유롭고, 공평하며, 안전하게 치러졌다”고 칭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 中, 경제력 배경으로 투자·원조 등 적극 지원
과거 내전으로 인해 황폐해진 캄보디아는 1993년 유엔 주도 하에 평화와 민주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부개발원조(ODA)와 직접투자에서 1990년대는 일본이, 2000년대는 미국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상황이 변화된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후이다. 선진국들의 지원이 조금씩 줄고 있는 사이 중국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2016년 캄보디아 대내직접투자에서 중국은 11억달러(약 1조2200억원)로 전체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미국과 일본 등을 견제하기 위해 인권상황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인심 쓰듯 투자와 원조 등의 지원을 해 왔다. 캄보디아 도시 곳곳에는 중국 기업이 건설 중인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서있고, 중국인을 위한 슈퍼나 위안화 전용 환전소도 생겨났다. 지난 19일에는 중국 국방부장이 캄보디아를 방문해 군 현대화에 1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캄보디아뿐이 아니다. 2016년 아세안(ASEAN) 지역의 대중 수출액은 1726억달러를 기록하며, 10년 간 거의 두 배도 늘어났다. 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대중 비율도 11.9%에서 15.5%로 높아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이 광역경제구상권 ‘일대일로’ 방침 하에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 아세안의 분단과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영향력은 남아시아에도 뻗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파키스탄 회랑’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원조의 대가로 인도양의 요충지인 파키스탄의 과다르항과,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의 운영권을 손에 넣었다.
지난 25일 총선에서 승리한 파키스탄정의당(PTI)의 임란 칸 대표는 승리 선언에서 “국민이 빈곤에 빠지지 않게 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며 중국에 추파를 던지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중국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 등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의 안전보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일본, 캄보디아와 협력 계속하며 중국 견제
한편, 일본 정부는 캄보디아와의 관계 강화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구심력이 저하되는 가운데, 일본까지 소원해지면 중국의 영향력이 한층 확대될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캄보디아를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 협력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이 비난하는 캄보디아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일본은 선거 감시단을 파견하지 않았으며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하며, 자칫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발언은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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