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중국의 독점금지법이 지난 1일로 시행 10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불승인 판정을 내린 M&A(인수·합병)는 모두 해외 기업의 안건이 차지하는 등, 공정한 경쟁을 촉구한다는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오히려 중국 비즈니스의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미국의 반도체 회사 퀄컴이 중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네덜란드의 NPX 인수를 철회했던 지난 7월 27일 중국 당국은 “퀄컴이 인수를 단념한 것은 유감이다”라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어 “심사 기한을 2개월 연장한 것이지 불승인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IT 업계에서는 “연기는 사실상의 불승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국 국제 빅데이터 산업박람회 퀄컴 부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독점금지법, 중국 비즈니스 추진에 큰 걸림돌
중국의 M&A 심사 기한은 4개월 정도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국 당국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정치적 개입에 영향을 받는 측면도 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한 유럽 기업의 중국 법인 대표는 “중국의 심사 지연은 M&A를 추진하는데 있어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미국인 변호사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8년 8월 1일 시행된 중국의 독점금지법은 시행 초기부터 경쟁 관계에 있는 해외 기업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고 밝혔다.
상징적이었던 것이 해외 기업의 M&A로 처음 주목을 받았던 미 코카콜라의 후이위안(中国匯源) 주스 인수 건이었다. 발표 후 “중국 기업이 외국 기업에 팔린다”는 반발이 확산됐고, 결국 2009년 불승인 판정이 내려졌다. 2014년에는 덴마크 해운회사 머스크와 유럽 해운회사 2개사와의 전략적 제휴 승인을 불허했다.
조건부로 승인한 36건도 모두 합병을 포함한 해외 기업 안건이었다. 2009년 파나소닉의 산요(三洋)전기 인수에 대해서는 일부 공장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승인했고, 2013년 글로벌 원자재 기업인 스위스 글렌코어와 광산 업체 엑스트라타의 합병에서도 일부 광산 권익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공장이나 광산 권익은 모두 중국 기업의 손에 넘겨졌다.
반면, 중국 기업의 심사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 중국 내 철도차량 1, 2위 업체였던 중국남차(CSR)와 중국북차(CNR)의 합병 등으로 중국의 국유 대기업은 2018년 141개사에서 96개사로 줄며 산업의 집중화가 이루어졌다. 심사 과정에서 대기나 연기 결정이 내려진 적은 없다. 민영 기업 중에서는 배차 어플리케이션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의 미 차량공유 업체 우버의 중국 사업 부문 인수를 승인했다.
[사진=바이두] |
◆ 최근에는 무역전쟁 카드로 독점금지법 사용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중국의 반독점법은 우월적 지위 남용 등을 감시하는 기능보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우선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내외 기업 차별을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문제가 되지만 ‘차별’을 입증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승인 기준도 애매하고 중국 당국이 어떤 M&A를 인정할지 예측하기도 어려워 해외 기업들이 경영 전략을 세우기 곤란하다는 점도 중국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독점 위반 제재에서도 해외 기업에 대한 강도가 유난히 세다. 중국 당국은 적발 기업의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에 대한 막대한 과징금 부과가 눈에 띈다.
2015년에는 퀄컴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특허료를 징수한다는 이유로 60억위안(약 1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스위스 식품포장용기 회사 테트라팩에 대해서도 7억위안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국 당국이 미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판결을 내렸다. 신문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대한 처분은 미국 트럼프 정권을 견제할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중국이 독점금지법을 무역전쟁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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