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의 제재와 정치권 혼란 속에 터키가 부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우는 데다 채권 금리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외부 자금 수혈이 없이는 만기가 코 앞으로 다가온 부채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다.
터키 리라화 [사진=블룸버그] |
두 자릿수의 인플레이션과 실물경기 한파로 리스크가 날로 상승하자 터키 채권을 보유한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2019년 만기 터키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의 수익률은 20.9%까지 치솟았다. 지난 2월 12.52%에서 수직 상승한 셈이다.
리라화는 폭락하고 있다. 미국인 목사 억류에 대한 보복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에 나서면서 리라화는 사상 최저치로 내려 앉았다.
달러/리라 환율은 5.112리라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리라화는 연초 이후 25%에 달하는 기록적인 하락을 나타냈다.
지난 6월 인플레이션이 15.4%에 이르면서 중앙은행의 시장 통제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다.
투자자들을 더욱 긴장하게 하는 것은 대외 부채다. 지난해 말 기준 터키의 GDP 대비 대외 부채 비율은 53.4%에 달했다.
이는 남아공(49.6%)과 멕시코(38.1%), 아르헨티나(36.4%), 러시아(34%) 등 다른 신흥국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눈덩이 부채와 금리 상승은 은행권 부실 채권 증가로 이어졌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따르면 1분기 터키의 6개 대형 시중은행의 무수익 여신이 대폭 상승했다.
해외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터키 민간 기업과 은행권의 채권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부채 위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경고다.
아베르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빅토르 차보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터키의 외환보유액으로는 위기를 진화하기 어렵다”며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내는 상황에 정부 개입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터키 채권 가격 하락과 리라화 추락에 이중 압박을 받는 실정이다. 손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터키는 블랙록이 운영하는 135억달러 규모의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HSBC를 포함한 투자은행 업계 역시 대규모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WSJ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터키가 내년 만기 도래하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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