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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화려함의 극치…강렬한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

기사등록 : 2018-08-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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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 동명소설 원작으로 5년 간 개발한 창작 뮤지컬
화려한 무대·난도 높은 넘버·아름다운 의상으로 시선 압도
캐치프레이즈 제대로 담지 못한 스토리상의 한계 아쉬움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왜 5년이나 개발 과정을 거쳤는지, 175억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써야만 했는지, 개막하기도 전에 일본 배급에 성공했는지 알 만하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화려함 하나만으로도 그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다. 다만 초연이기에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장면 [사진=EMK]

뮤지컬 '웃는 남자'(연출 로버트 요한슨)는 EMK뮤지컬컴퍼니가 '마타하리' 이후 내놓은 두 번째 창작 뮤지컬로,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화 했다. 어린 시절 인신매매단에 야만적인 수술을 당한 뒤 평생 웃는 얼굴을 갖게 된 '그윈플렌'을 통해 사회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한다. 막대한 제작비와 긴 제작 과정은 물론 '그윈플렌' 역에 박효신, 수호, 박강현이 캐스팅되면서 높은 화제와 관심 속에 지난달 10일 막을 올렸다.

줄거리는 그윈플렌의 일생을 따라간다.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입이 찢어진 어린 그윈플렌은 그들에게 버려진다. 그는 길을 잃고 헤메던 중 얼어 죽은 여자의 품에 안겨 우는 데아를 발견한 후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에게 거둬진다. 우르수스는 유랑극단을 만들어 그윈플렌과 데아의 사랑이야기를 공연하며 생활한다. 우연히 조시아나 공작부인은 공연을 보고 그윈플렌에게 매료된다. 그윈플렌은 와펜테이커에 의해 고문소로 끌려가던 중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다.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장면 [사진=EMK]

작품은 무대부터 인상적이다.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찢어진 그윈플렌의 웃는 입 모양을 형상화한 무대가 다양하게 변주되며 매 장면 독특한 이미지를 남긴다. 무대 위쪽과 좌우를 가득 채운 가시 모양의 구조물도 눈길을 끈다. 오필영 무대디자이너에 따르면 '상처'와 '터널'을 모티브로 디자인했으며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의 외적·내적 상처를 표현했다. 그는 "가난한 자들의 세계는 상처가 가득하고 부유한 자들의 세계는 상처를 입어도 가리기 위해 과장된 메이크업과 옷을 입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윈플렌의 입을 찢은 콤프라치코스의 배가 침몰하면서 공연은 시작된다. 반원형의 무대는 곧 바다가 되고 배가 돼 엄청난 파도에 침몰한다. 이어 무대는 눈보라 치는 황량한 들판이 되고 각종 기이한 광대들이 등장하는 유랑극단이 되며 극단 사람들이 빨래하고 노래하는 강가, 귀족들이 춤을 추는 정원, 공작부인의 커다란 침대, 여왕과 의원들이 모인 의회장, 아름다운 은하수를 연상시키는 엔딩까지, 영상도 더해 다채롭게 변화한다. 무대의 화려함만으로도 공연을 볼 가치는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의 대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의상과 조명이 그 압도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지금 이 순간'으로 유명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잭 머피 콤비의 작업으로 탄생한 넘버는 고음역대의 높은 난도만큼 강렬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사한다. 특히 무대 위에 바이올리니스트가 올라 사랑, 싸움, 분노, 유머, 슬픔 등 주인공의 다양한 정서를 대변, 극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것도 독특하다.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장면 [사진=EMK]

다만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공연에서 완벽하게 묻어나오지 않는 점은 아쉽다. 그윈플렌과 데아의 사랑, 우르수스와의 가족애, 공작부인과 데아의 삼각관계, 앤 여왕과 공작부인의 경쟁의식 등 원작의 내용을 다 담으려 하다 보니 그윈플렌에게 충분히 집중되지 못했다. 때문에 행복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성, 평등의 가치를 주장하는 그윈플렌의 이야기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

특히 그윈플렌이 의회장에서 귀족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장면은 공연의 클라이맥스이자 가장 직접적으로 주제를 전할 수 있음에도 감정이 다가오기보다 흐지부지되는 듯하다. 공연 초반 그윈플렌과 데아의 사랑이나 공작 부인에게 흔들리는 점이 부각돼 그윈플렌의 외침은 사회적 비판이라기보다 그저 자신을 놀리고 외면하는 이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어달란 투정으로 변질된 느낌이다.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장면 [사진=EMK]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무대, 아름다운 넘버, 배우들의 명연기는 관객들을 좌지우지하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윈플렌' 역의 박효신, 박강현, 수호를 비롯해 '우르수스' 역의 정성화, 양준모, '데아' 역의 민경아와 이수빈, '조시아나 공작부인' 역에 신영숙, 정선아, '데이빗 더리모어 경' 역에 강태을, 조휘, '페드로' 역에 이상준, '앤 여왕' 역에 이소유, 김나윤 등과 앙상블이 열연을 펼친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오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후 9월5일부터 10월28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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