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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이전 반대" 외치던 日오키나와 지사 별세

기사등록 : 2018-08-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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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이전 반대로 아베 총리와 각을 세워온 오나가 지사 별세
기지 이전 반대파와 중도보수를 아우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 반대에 앞장서온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沖縄)현 지사가 8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오나가 지사는 오키나와현 나하(那覇)시 출신으로 나하시의회 의원과 오키나와현의회 의원을 거쳐 2000년부터 나하시장에 선출됐다. 본래는 자민당 소속이었지만,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 주민들의 바람을 무시하고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을 나하시 헤노코(辺野古)로 이전하려하면서 반기를 들었다. 

2014년 그는 미군기지 헤노코 이전을 저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오키나와현 지사선거에 출마,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됐다. 특히 정치적 입장이 다른 진보세력으로부터도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통해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취임 이듬해인 2015년 그는 헤노코 기지 건설을 위한 연안 매립이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인 취소 결정을 내리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와 각을 세웠다.

이후 아베 정부가 내건 소송에서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헤노코 기지 건설 공사는 2017년부터 재개됐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7월에는 헤노코 이전과 관련된 해안부 매립 승인을 다시 철회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병마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올해 4월 췌장암 수술을 받은 그는 치료를 계속했지만 지난달 30일 입원해 그 뒤 급속하게 상태가 악화됐다. 

이에 올해 11월로 예정된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도 9월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일본법에 따르면 현 지사가 별세할 경우, 직무대리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사거를 통지한 다음날부터 50일 이내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한편, 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진영이 입을 충격도 커졌다.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내걸면서도 중도보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인물은 오나가 지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나가 지사는 이번 현지사 출마 입장을 명확히 밝힌 적은 없지만 현의회 여당 측은 오나가 지사의 출마를 진행해온 참이었다. 

아사히신문 역시 "오나가 지사를 대신할 수 있는 건 오나가 지사 뿐"이라는 오키나와 현의회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기지이전 반대파가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오나가 다케시 오기나와현 지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의 죽음에 오키나와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NHK 취재에 응한 나하시 시민(50)은 "상태가 나쁜 와중에 중압감을 안고 계셨을거라고 생각한다"며 "미군기지와 관련된 국면에서 급히 돌아가셔서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본 정계에서도 추모발언이 이어졌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갑작스런 부고에 놀랐다"며 "오나가 지사가 현의회 의원이었을 때부터 오랜기간 알고 지내와 많은 추억을 갖고 있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도 "오키나와의 문제에 목숨 걸고 대응하는 모습에 정치가로서, 인간으로서 통하는 것을 느꼈다"고 추모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오키나와 발전에 대한 공헌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총리는 "오키나와현 기지에 대한 부담 경감과 경제진흥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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