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사진 찍지마!”, “사진 지워” 홍대미대생이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불법 촬영·유포해 체포되면서 촉발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집회에서 일반 시민들의 촬영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지나가는 시민이 집회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시도하면 강한 불쾌함을 표하며 삭제를 요구한다.
집회 참가자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투입된 경찰도 시민들의 촬영을 막아서자, 시민들은 참가자 얼굴이 나온 것도 아닌데 촬영 자체를 막는 건 잘못됐다고 항의한다.
반면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에 의해 자신의 신체적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될까 우려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대한항공 직원들과 시민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제1차 광화문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2018.05.04 yooksa@newspim.com |
◆ 공공장소에서의 집회·시위는 기본적으로 촬영 가능
집회·시위의 목적은 분명하다. 이익 단체가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자신의 주장과 목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이 때 참가자들은 자신이 촬영되거나 공개되는 것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촬영은 허용된다.
서울중앙지법은 2009년 10월 한 판결에서 “공공장소에서의 집회·시위란 본질적으로 참가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널리 일반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집회 내지 시위에 참가한 모습을 촬영하여 보도했더라도 초상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기자회견 중인 시민단체 회원들이 자신을 촬영한 한 회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기자회견, 연설 등을 통하여 자신의 주장을 공중이나 언론에 홍보하기 위해 타인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초상이 촬영되거나 공표되는 것에 대해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언론이 아닌 일반인도 기자회견 등 공개된 현장에서 찍은 사진에 대해서 초상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 얼굴 인식 가능·모욕 목적 사진은 '초상권 침해'
집회 모습을 카메라로 담더라도 집회 참가자 1~2m 앞에 두고 근접 촬영하는 등 집회참가자들의 신체적 정보를 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자신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을 정도로 촬영됐다면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2015년 9월 부산지법은 사이비종교의 위험성을 알리는 약 50여명의 피해자들이 모인 집회에서 B씨가 집회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자 A씨가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했으나 B씨가 이를 거절하고 자리를 벗어나려하자 A씨는 B씨가 메고 있던 가방 줄을 붙잡고 밀고 당기는 등 폭행을 범했다고 기소된 사건에서 이를 “정당행위 또는 자구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2006년 10월 대법원에서 확인한 법리를 따른 것이다. 초상권은 헌법 제 10조 제1문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로서 공개된 장소 또는 민사소송 증거 수집 목적으로 촬영됐다는 사유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A씨의 경우 참가자들의 얼굴 등이 유포될 경우 겪을 피해의 정도가 더 큰 점 등을 고려해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또 피촬영자를 모욕하거나 비방의 목적으로 촬영한 경우 초상권이 침해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학내 집회에서와 같이 집회·시위라고 하더라도 집회 성격이 일반인에게 널리 공개될 것을 예정하지 않은 경우이며 통상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지 않는 공간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초상권 침해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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