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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보] 터키 대응에도 리라화 최저치 경신…외환시장 ‘흔들’

기사등록 : 2018-08-1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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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시장안정책 ‘역부족’…대미 갈등보다 내부 문제 주목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터키 정부의 시장 안정조치에도 불구하고 리라화가 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외환시장 전반으로 파장이 번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베랏 알바이락 터키 재무장관은 자국 경제 안정을 위한 이행계획을 마련했으며, 13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터키 내부의 고질적 문제들에 주목하며 경계감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

◆ 리라 사상 최저 경신

터키 정부의 시장 대응책 발표에 일시 반등하던 리라화 가치는 이내 아래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13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리라 환율(리라화 가치와 반대)은 한때 7.24리라까지 치솟아 리라화 최저치를 경신한 뒤 한국시간 기준 오후 12시 5분 현재 6.9915리라에 호가되고 있다.

리라화 환율(리라화 가치와 반대) 3개월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반대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110.17엔까지 오르며 6주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터키 익스포저로 위기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유로화는 달러 대비 1.1370달러까지 밀리며 1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남아공 랜드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5%가 밀렸고, 아르헨티나 페소화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ANZ 애널리스트들은 “(터키 사태의) 전염 리스크가 터키 외화 부채에 노출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은행들은 물론 아르헨티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확산된 상태”라면서 “막대한 외화 표시 터키 회사채와 치솟는 인플레이션도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앤드류 케닝햄은 “지난 5월에 시작된 리라화 폭락세는 이제 터키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것이 확실해 보이며, 은행 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면서 “이는 신흥시장 자산군에 타격이 되겠지만 유로존을 비롯한 해외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비교적 완만한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 터키 경제·정치 문제 ‘심각’

최근 리라화 폭락은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장기 구속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터키 장관 2명에 대한 제재에 이어 알루미늄 및 철강 관세 인상 조치까지 꺼내든 데 따른 결과다. 현재 브런슨 목사는 20개월 정도 형을 살다가 지난 7월부터는 가택 연금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터키는 비단 브런슨 목사 석방뿐만 아니라 미국과 다양한 이슈에 있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시리아에서의 이해 충돌, 러시아 국방 시스템을 구매하려는 터키의 야심 역시도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갈등보다도 터키 자체의 경제적, 정치적 문제가 더 뿌리 깊은 이슈라고 지적했다.

JP모간 자산운용 글로벌 시장전략가 케리 크레이그는 “리라화 하락은 다방면의 문제”라면서 “경상수지적자나 부적절한 외환보유고 측면에서의 부실한 대외 여건뿐만 아니라 정치적 환경도 리라를 더 취약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빌켄트대학 경제학교수 레페트 구르카니약은 터키 정부가 위기를 인지하고 중앙은행이 임시방편이라도 제공하는 것이 일단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문제의 근원은 터키의 거버넌스 부재에 있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 센트로방크 글로벌 신흥시장 대표 오즈구르 야사르 가이율다르는 터키에 재정 지원에 나서기 앞서 터키 정부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갖추고 있으며 정부가 숙제를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 전략가 윈틴은 미국과의 대립 이슈가 없었어도 리라화는 부담을 받을 위기였다면서 “터키에 시장 친화적 관료가 부재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이 지나치게 탑다운 방식인데다 마켓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에르도안 독주 체제인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모든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성장을 우선시 한 정책이 수년 동안 지속되면서 터키 기업들이 수천억 달러의 외화빚을 지게 됐고, 물가는 고공행진 하는 한편 경상수지 적자도 세계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크레딧 아그리콜 선임 신흥시장 전략가 길라우메 트레스카는 “금리 인상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터키 경제의 완전한 균형 재조정이 필요하고 중앙은행의 신속한 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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