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65년만이다."
마지막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던 지난 2015년 10월 20일, 북에서 만난 아버지가 아들 오장균(68)씨를 보고 건넨 말이다. 아버지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연신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기만 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오장균씨는 "이제 아버지 없는 자식이 아니고, 아버지 있는 자식으로 당당하게 서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2월20일 금강산 호텔서 열린 19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단체상봉'이 진행되고 있다.[사진=통일부] |
그로부터 2년 10개월간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오는 20일 다시 개최된다. 이번에 만나는 가족들은 68년만에 가족의 얼굴을 본다.
첫 이산가족 상봉은 33년 전인 1985년 9월 21일에 이루어졌다. 남북이 분단된지 32년만이었다. 30여년만에 만난 가족을 부둥켜 안고 우는 모습이 공중파 방송에서 생중계 됐고 전국민이 함께 울었다.
이후 15년간 남북관계 악화로 더이상의 상봉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으로 건너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면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물꼬가 트였다. 2000년 8월 15일 제1차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으로 지난 2015년 제20차 상봉까지 스무번의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개최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6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8.15계기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500명에 대한 컴퓨터 추첨이 진행됐다. 2018.06.25 leehs@newspim.com |
상봉행사 한번에 남측 100명에 북측 100명, 도합 200가족이 만났다. 한 가족당 4~5명씩 나왔기에 인원으로는 800명~1200명이 만난 것이다.
이후 2007년까지는 매년 약 2차례의 상봉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상봉도 중단됐다. 2009년과 2010년에는 가까스로 연 1차례씩 이뤄졌으나 2011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중단됐고, 3년만인 2014년에 다시 재개됐다. 그러나 2015년 10월을 마지막으로 다시 상봉이 멈췄다.
제1차부터 제20차 상봉까지 2만3519명의 이산가족이 만났고, 5만7410명이 생사와 주소를 확인했다. 그러나 1988년부터 올해 5월까지 등록된 이산가족은 13만2124명이다. 분단 당시 전체 이산가족의 수는 1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이산가족의 수에 비해 상봉 인원은 턱없이 적다.
현대경제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해 3월말까지 연간 3600명의 이산가족 신청자가 사망했다. 이산가족 생존자의 64%는 80세를 넘었다. 이때문에 세월이 더 흐르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정례화하고 상봉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생사 확인과 상봉 정례화 등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상봉행사 정례화를 비롯해 생사확인, 전화 및 서신 교환, 화상상봉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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