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직 판사에 이어 정치인까지 수사 칼날을 조준할지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왕(王)실장으로 불려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소송을 사법부에 늦춰달라고 요구한 정황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김 전 실장이 일부 정치인과 연루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근혜 정부 당시 불법으로 보수단체를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작성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6.20 deepblue@newspim.com |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23일 오전 10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 9시40분께 검찰 청사에 도착해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한없이 참담하고 부끄럽다. 하지만 검찰에 출석해서 진술을 하게 된 이상 아는대로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며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의 지시에 따라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법관 모임에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초 법원 내 최대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와 관련해 연구회 집행부 등에 대회 연기 및 축소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 대법원으로부터 감봉 4개월 징계를 받았다.
검찰은 또 이 전 상임위원이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심판 논의 문건 등을 당시 헌재에 파견 근무 중인 최 모 판사를 통해 보고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판사는 헌재에 근무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논의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 사건 △현대차 노조원 업무방해죄 판결 등 문건을 이 전 상임위원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인 이 전 상임위원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뒤, 판사 뒷조사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재판에서 배제된 상태이다.
검찰이 이 전 상임위원 소환 조사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일부 정치인이 김기춘 전 실장과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실장이 재판 거래 등 의혹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배후에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검찰에 실토하면서, 사법농단 사태가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이뤄져왔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법조인은 “정황상으로 볼 때 이규진 전 상임위원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문제는 이규진, 임종헌 등을 구속시킬 수 있느냐다. 이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처리는 보다 신중하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사법농단과 박근혜 청와대 사이의 결탁 관계 정황이 드러나는 만큼, 최근 현직 판사 등 사법부 수사와 함께 정치권 수사를 통한 ‘양공작전’이 검찰 수사에 도움될 것”이라고 검찰의 정치인 수사 착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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