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보상 없이 백인 소유의 토지와 농지를 수용해 재배분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23일(현지시간) 한 국가를 잘못된 길로 이끌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아파르트헤이트(과거 남아공의 인종 차별정책)의 종식 후 거의 25년이 지난 지금, 인종적 차이를 좁히려는 남아공 정부의 노력에 대한 논쟁을 심화시켰다.
남아공 동부 음푸말랑가주 윗뱅크의 한 개인 소유 농장에 있는 '접근 금지' 사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보상 없이 토지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은 이는 남아공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남아공에서 우리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여기고 있는 이 사안에 대해 평화롭고 투명한 공개 토론을 장려한다"고 말했다.
남아공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는 지난 1일,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국내 토지와 농지 대부분이 백인의 소유라며 인종적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보상 없이 토지를 수용해 재분배하도록 헌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남아공 토지 및 농지 압류와 수용, 대규모 농민 살인 등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것을 지시했다고 알렸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넬슨 만델라가 아파르트헤이트 시대를 종식시킨지 거의 25년이 된 현재 여전히 인종적으로 나뉘고 불평등한 남아공의 토지 소유권에 대한 열띤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라마포사 대통령의 대변인은 트럼프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다며 행정수도 프리토리아 주재 미 대사관 측에 트윗의 명확한 뜻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남아공 정부는 공식 계정을 통해 "우리는 민족의 분열을 조장하고 식민지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좁은 인식을 완전히 거부한다"고 트윗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쓴 기고에서 "이는 토지 착취가 아니며 개인의 자산 소유권에 대한 공격도 아니다" 라며 조치가 경제 성장이나 식량안보에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개혁안에 발표되고 "압류"된 땅은 없다며 공청회에서는 소유권이 확실한 토지가 아닌 미사용 토지, 버려진 건물, 비공식적인 거주지 등을 수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웃 짐바브웨에서 목격된 폭력적인 토지 압류를 언급하면서, 남아공이 다른 나라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짐바브웨와 같은 방향으로 간다면 걱정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저 의회에서 나온 안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노어트 대변인은 그러나 짐바브웨 정부가 시민 사회를 짓누르고 언론을 폐쇄하고 독립적인 사법부를 파괴했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남아공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남아공의 비정부 농업 연맹 'AgriSA'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남아공에서 토지와 농지 문제로 살해된 농민들은 47명이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료후 ANC는 백인 소유의 농장을 흑인에 재분배하는 정책을 펼쳐왔지만 진전 속도는 더뎠다.
트럼프에 대한 남아공의 인식은 그닥 좋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 1월 트럼프가 아프리카와 하이티 이민자들이 "거지 소굴 같은(shithole)" 국가에서 왔다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에 격분한 시민들은 프리토리아 주재 미 대사관서 시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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