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국정농단'의 핵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자,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항소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5년·벌금 200억원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은 그 성질상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제도적·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내용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데, 피고인이 이 부회장과 포괄적현안으로서 승계작업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원심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삼성그룹 승계작업과 관련한 '묵시적이고 부정적인 청탁'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 최순실 씨(오른쪽) [뉴스핌DB] |
양형 이유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대기업 총수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기도 했다"면서 "이같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형량이 늘어난 것 역시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원 판단을 남겨두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 간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무죄 인정 범위나 뇌물공여 인정 금액 등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올해 2월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신동빈 회장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이 롯데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은 원심과 동일하지만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를 꼬집었기 때문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4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또 국정농단 사건 공범인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벌금 180억원 형을 받았다. 최 씨는 이날 박 전 대통령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로부터 1심과 동일한 징역형에 벌금은 20억원 늘어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수준에서 항소심 선고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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