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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는 나누기나 아니라 '연결'"…프란시스 알리스 개인전 '지브롤터 항해일지'

기사등록 : 2018-08-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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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부터 11월4일까지 아트선재센터
영상·드로잉·텍스트·설치미술로 경계의 미학 소개
미국과 멕시코의 문제, 아프리카와 유럽의 경계 고찰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경을 둘러싼 사회 문제를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작가 프란시스 알리스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다. 아트선재센터는 오는 31일부터 11월4일까지 프란시스 알리스의 전시 '지브롤터 항해일지'를 개최한다.

프란시스 알리스(59)는 벨기에에서 태어나 1980년대 중반 멕시코대지진 이후의 복구를 위한 국제구호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멕시코시티로 이주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와 라틴아메리카의 도시에 대한 관찰, 그리고 실현되지 못한 근대화의 열망에 대한 생각을 주로 '행위'로 보여줬던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활동 반경을 넓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란시스 알리스, <지브롤터 항해일지>, 2008 지브롤터 해협, 모로코-스페인, 2 채널 비디오 프로젝션, 각 7분 44초 [사진=아트선재센터]

최근에는 국제사회의 여러 사회정치적 사안, 국경과 경계의 개념과 제도적 모순에 대한 생각을 영상과 드로잉, 텍스트,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부드러운 색체의 페인팅을 표현하며 사회적 문제를 짚어내고 있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이야기는 그의 프로젝트 '루프'다. '루프'는 미국 정부의 엄격한 이민정책과 입국심사에 대한 대응으로써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건너는 가장 먼 길을 택해 세계일주를 떠난 프로젝트다. 산티아고에서 싱가포르, 오클랜드, 홍콩의 방향으로 국경을 넘었다.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인 방법이지만 멕시코에서 미국의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모든 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

이어 쿠바의 하바나와 미국 플로리다의 키웨스트,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 사이에 위치하는 지브롤터 해협에서 진행한 두 번의 '다리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다리'는 쿠바 이민자들과 미국 이민당국과의 갈등에서 출발한 첫 번째 다리프로젝트로 하바나와 키웨스트 어민들이 양쪽 해안에서 각자 출발해 어선을 배치해 마치 해상에 떠 있는 다리를 만드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 다큐멘터리다. 국경을 넘는 중에 바다에서 잡히면 쿠바로 돌아가야하고, 육지에서 잡히면 미국으로 가는 정책이 있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해상 위에 배로 만든 다리를 통해 지정학적 긴장감과 해결되지 않은 양국의 갈등에 대한 비판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두 번째 다리 프로젝트인 '지브롤터 항해일지'는 아프리카 모로코와 유럽의 스페인 아이들과 함께 신발로 만든 배 모형을 손에 들고 양쪽 해안가에서 출발해 수평선에서 만나려는 시도를 담은 것이다. 배를 안고 희망을 안은 채 헤엄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프란시스는 전시 '지브롤터 항해일지'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이 세 번째 내한이다.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 지대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멕시코에서 미국을 바로 가지않고 반대 방향으로 건너가는 프로젝트 '루프'를 진행했던 1997년 한국을 거쳐갔고, 지난해 11월 DMZ를 방문했다.

프란시스 알리스, <신발보트>, 2007-2008, 혼합매체, 각 28x54x10 cm, 《A Story of Negotiation》 설치 전경, 멕시코 타마요현대미술관, 2015

올해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29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된 전시 간담회에 참석해 그가 집중하고 있는 '경계'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프란시스는 '경계'에 흥미를 갖게된 이유에 대해 "멕시코에 살아서 그런 것 같다"며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는 큰 이슈이고, 제가 처음 멕시코에 갈 때부터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경에 대해 오래 고민해왔다. 국경은 긴장이 배출되고 가시화되는 곳이다. 시각미술가로서 추상적인 개념에 머물지 않고 이미지나 사운드로 이웃사촌끼리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작품 주제인 '경계'에 대해선 '나누다'가 아닌 '연결하다'에 가깝다고 소개했다. 프란시스는 "두 선이 만나서 그 안에서 긴장이 있고, 서로를 찾아나서는 과정이다. 그러니 연결의 의미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29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프란시스 알리스 [사진=아트선재센터]

프란시스의 프로젝트는 참여자와 함께하는 방식이다. 그는 지역 공동체와 만남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며 "소규모의 사람을 만나 그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욕망은 무엇이고 불안은 무엇인지 알아가며 프로젝트를 발전시킨다"고 부연했다.

이어 "참여자들은 이 프로젝트의 의도를 다 알고 있었다. 참여자로부터 이 작업을 끌어내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정치적인 문제의 특성상 완벽하게 투명할 순 없었다. 반대 편에서도 배타고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 작품의 이야기를 전해야하는 데서 문제도 있었다. 아이들과 할 때는 진심으로 관심과 희망을 안고 함께 작품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돼 눈길을 끈다. 30일 오후 4시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의 문영민 교수와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 연계 토크 '마치 그것이 다리인 것처럼: 프란시스 알리스의 선(線)에 대한 몇가지 시각들'이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에서 개최된다. 이 강연에서는 프란시스 알리스가 작품을 통해 제시하고 행위를 통해 보여주는 선(line)들이 언제나 정치적 신체가 존재하는 특정한 장소에 기반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그가 작가이자 관찰자로서 취하는 미묘한 입장들을 작품과 함께 살펴본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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