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현대자동차가 베트남 본격 진출 1년여만에 현지 자동차시장에서 실질적인 1위업체로 올라섰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베트남을 교두보로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자동차시장 진출전략이 탄력을 받게 됐다.
3일 베트남넷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베트남 자동차 판매량에서 현대차의 현지 합작법인 현대탄콩(Thanh Cong)은 총 2만4557대로 일본 토요타와 렉서스의 2만5829대, 현지업체 투룽 하이(Truong Hai)의 3만2308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들 3개 자동차회사는 상반기 시장 점유율 76%(8만2694대)를 차지하며 베트남 자동차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한 현대자동차의 그랜드i10 [사진=현대탄콩] |
실제 내용을 들여다 보면 현대차의 선전이 돋보인다. 현대차는 베트남 꽝남성에 상용차와 닌빈성에 승용차 등 두 곳의 조립공장(KD)을 운영하며, 자동차 글로벌 공장에서 수입해 조립하는 CKD(반조립제품) 방식으로 차량을 생산한다. 이전에 완성자동차를 수입하던 것도 올해 초부터 ‘중단’했다.
반면 토요타는 현대차와 달리 현지 생산 외에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를 수입해 판매한다. 베트남 현지 자동차 브랜드인 투룽 하이는 자체 브랜드가 아닌 기아자동차와 일본의 마쯔다, 프랑스의 푸조를 위탁 제조 판매한다.
베트남에서 현대차의 성장세도 가장 빠르다. 일본의 토요타와 미쓰비스는 베트남 현지생산애 공을 들여왔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5월에야 본격적인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2017년 월평균 생산이 2000여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2배나 늘어난 월 5000여대를 만든다. 이 추세라면 올해 5만대 생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
다양한 모델판매로 인한 물량 공세가 아니라, 완성차를 먹여 살린다는 ‘베스트셀링카’를 만들어냈다. 현대차의 첫 베트남 현지형 모델인 A세그먼트(소형차)급 ‘그랜드 i10’가 상반기 1만2781대를 판매하며, 토요타 비오스(1만2650대)를 제치고 단일 모델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의 베트남 현지버빈 현대탄콩의 공장. [사진=현대탄콩] |
현대차는 베트남 탄콩그룹의 자회사 현대탄콩을 생산 위탁한 2009년에 처음 진출했다. 그러나 정의선 부회장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현대탄콩 제2조립공장 신설에 필요한 자금 900억 원 가운데 절반을 투자하면서 2017년 4월에 합자법인을 세웠다. 현재 2만 대 수준에서 제2조립공장이 완공되는 2020년에는 5만7000대로 늘어난다. 현대차는 2021년까지 베트남 점유율 10%로 높여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부회장은 베트남을 아세안의 교두보로 여긴다. 베트남 투자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를 선정하고 현지 알타그라하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워 2018년 하반기부터 연간 2000대 생산하는 계획을 세웠다.
조대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베트남은 높은 경제 성장과 함께 2018년부터 자동차 수입관세를 폐지하면서 향후 5년 동안 시장 규모가 20% 이상 초고속 성장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도 5년 동안 매년 6% 이상 성장세로 아세안시장 1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