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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표방하며 국내 유일한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의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해온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의 의도에 의구심을 제기할만한 증거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MKIF와 플랫폼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번 맥쿼리 고액보수 문제를 제기해온 플랫폼 C전무와 K상무는 맥쿼리자산운용 출신이다. 이들은 2015년 맥쿼리 퇴사한 후 1인 부띠끄를 설립, 기업의 M&A를 지원하는 업무를 해오다 지난해 말 플랫폼파트너스에 합류했다.
문제는 이들이 1인 부띠크 시절인 작년 4월 맥쿼리인프라펀드 운용권을 위해 해외 인프라운용사에 보낸 제안서(Proposal)다. 뉴스핌이 입수한 이 제안서에 따르면 이들은 맥쿼리인프라의 주가 상승에 따라 운용보수가 급격히 높아진 점을 언급하며 경영권 공격을 통해 최종적으로 인프라자산을 획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안서는 지난해 상반기 인프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싱가포르 국적의 한 인프라운용사에 보내졌다. 제안서에는 5조원 규모의 인프라 자산 획득이 목적이라고 명시돼 있었고, 이를 위해 단기 및 장기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들은 맥쿼리인프라 지분을 5% 미만으로 취득하고 주주총회에서 50% 이상의 표를 획득, MKIF를 해산시킨 후 상장폐지를 거쳐 자산을 청산하거나 직접 운용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패할 경우 MKIF의 운용보수를 낮춰 주가상승에 따른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작년부터 맥쿼리인프라 주가가 올라 운용보수가 급증,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외국투자자들의 미개척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외국운용사 진입이 알맞은 시점이라고도 했다.
MKIF 측은 지난해 6월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하고 정관을 수정해 펀드의 해산 요건을 기존 '과반수'에서 '2/3'로 변경, 경영권 방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31일 감독당국에 "투자자문업 또는 투자일임업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활동을 해왔다"며 미등록 영업금지 위반 혐의를 제기하며 상기 제안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관련, 한 의결권자문기관 관계자는 플랫폼이 여느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모습과는 다소 다른 측면을 조심스럽게 언급한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주주가치를 단기에 끌어올려 시세차익을 목표로 하는데 비해 플랫폼은 최종적으로 자산운용권 확보가 목적인 것 같다"며 "과거 삼성물산이나 SK글로벌을 공격했던 헤지펀드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라고 의견을 전해왔다.
또한 맥쿼리인프라펀드의 경우 일반적인 기업과는 달리 단기 주가급등이 어려워 시세차익을 얻기 힘든 구조다.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의 '먹잇감'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도로, 터널 등 국가의 인프라 자산에 투자해 예측통행량을 감안한 미래수익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랫폼파트너스와 MKIF의 경영권(운용권) 분쟁은 지난 6월부터 진행됐으나 최근 3개월간 주가는 8900~9000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6월 말 이후 맥쿼리인프라 주가 추이 <자료=대신증권 HTS> |
이에 대해 플랫폼파트너스는 "MKIF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은 불합리한 성과보수 때문이다. 보수가 개선되면 주가가 20~30%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해 꾸준히 보수 인하를 요청해왔다"고 애초 취지를 강조했다. 플랫폼 관계자는 "처음 서신을 보낼 때부터 보수를 낮춰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만이 목적이었지만 MKIF이 적대적 방어전략을 취하면서 경제적 논리만으로 대화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작년 해외운용사에 보냈던 제안서에 대해서도 1년 이상 시간이 흘러 상황이 많이 변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플랫폼파트너스 입사 이전 M&A 아이디어 제시를 위해 접촉해본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플랫폼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의 접촉이었을뿐 정식 제안이 아니어서 미등록 투자자문사의 영업금지 조항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코람코자산운용의 1년 단기 운용 제안에 대해선 "현재 MKIF 이사회 체제 하에서 최선의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대체 운용사 공개입찰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릴 경우 현재 맥쿼리인프라 이사회가 이를 맡아 선임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주총 안건으로 중립적 감독이사 선임을 요청했지만 MKIF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며 "현재 광주순환도로의 상납구조와 비리 관련수사가 진행중이며 불과 1주일 전 천안고속도로에 대한 비리의혹도 제기되는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많아 MKIF 이사회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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