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이한 베네수엘라가 초인플레이션을 잠재우고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을 잡기 위해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다고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총재인 칼리스토 오르테가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이제 예금총액의 100%를 법정지급준비금으로서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기존의 법정지급준비율은 30%였다. 이어 총재는 지난 1일 이후 예치된 모든 예금부터 해당되며, 이번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잡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정책은 며칠 안으로 베네수엘라 관보에도 실릴 예정이다.
수도 카라카스에 기반을 둔 한 컨설턴트는 블룸버그에 "이번 조치는 유동성을 통제하는 조치"라며 "비용을 충당할 돈을 받지 못하는 은행 업계가 침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안젤 알바라도(Angel Alvarado) 역시 "이번 조치는 은행 업무를 제한하는 것"이며 "은행 대출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표는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최후 조치로 보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말까지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이 100만%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자,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화를 평가절하한 데 이어 최저임금을 3000%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마두로 정부는 지난달 기존 통화에서 '0'을 다섯 개 떼어내, 10만대 1로 액면 절하한 신규 화폐 '볼리바르 소베라노'를 도입하는 등 화폐 개혁을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두로 정권의 화폐 개혁이 치솟는 물가와 달러 가치를 잡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암시장의 환율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달러투데이(DolarToday)는 처음 도입됐을 당시 미 달러당 60 볼리바르 소베라노를 기록한 볼리비아의 화폐 가치가 거의 45% 하락해, 지난 2일 암시장에서 달러당 87 볼리바르 소베라노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한편 오르테가 총재는 4일부터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저축을 독려하기 위해 1.5그램(g)과 2.5그램(g)의 미니 골드바를 구입하는 시민들에게 증명서를 발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니 골드바를 구입한 후 증명서를 발급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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