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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검의 밀당…‘사법권 남용’ 수사에 검찰 ‘밀고’ 법원 ‘튕기고’

기사등록 : 2018-09-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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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법원행정처 비자금' 등 추가 의혹 수사 착수
법원의 영장 기각…검찰 "이해할 수 없다" 거듭 반발
압색 영장 발부율 통상 90%..사법농단은 고작 10%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에서 검찰이 당시 사법부의 새로운 혐의를 포착한 데 따른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등 ‘이상 기류’가 반복되고 있다.

검찰 측은 일반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의 경우 검찰이 청구하면 당일 발부돼왔다는 점을 제시하는 것과 동시에 법원이 영장 발부는커녕, 청구일이 하루 이틀 지나서야 영장을 기각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 검찰, '법원행정처 비자금'·'박근혜 비선의료진 소송개입' 의혹도 수사 착수

[경기=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파문에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6.01 leehs@newspim.com

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의 예산을 허위증빙서류를 작성하는 등 방식으로 빼돌려 현금화한 뒤 고위법관 격려금이나 대외활동비 등으로 불법 사용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같은 비자금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행정처 고위직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관련 자금의 조성 경위와 용처 등을 추적하는 상황이다.

또 당시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씨 부부의 특허 소송에 개입한 정황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6년 김 씨 부부의 '리프팅실' 특허권 소송 자료를 수집하고 소송 상대방 측 법무법인 관련 자료도 확보해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아울러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 개입 및 청와대와 거래 의혹 △법관 사찰 의혹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전병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로비 의혹 △'부산 스폰서 판사' 사건 무마 의혹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의혹 △헌재 판결 기밀 유출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당시 법원행정처의 광범위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 범위도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기존에 관련 의혹을 수사해온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 외에 최근 특수4부(김창진 부장검사)도 관련 수사에 전격 투입했다.

수사 과정에서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은 물론 노동부와 외교부 등 정부부처 관계자, 당시 청와대 비서진 등 광범위한 소환조사도 이뤄졌다.

 ◆ 법원, 검찰 압수수색 영장 잇따라 기각…검찰, 수사 '차질'에 '반발'

검찰의 광폭적인 수사 확대 행보와는 달리, 법원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을 거듭하고 있어 수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3일 검찰이 청구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곽모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당시 일본기업 측 관여 변호사, 박 전 대통령 측근 소송 관련 대법원 재판연구관실, 당시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 판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5일 기각했다.

기각을 결정한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형석 기자 leehs@

검찰은 곧바로 영장 기각 사유를 공개하며 강도높게 반발했다.

검찰 측 관계자는 "징용사건 재판 개입 의혹 관련, (법원이) 이미 외교부에 대해 같은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면서 "외교 기밀이 산재한 외교부에 대해 혐의 소명이 없었으면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응했다.

이어 "복수의 대법관들이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회의에 직접 참여해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재판에 대해 보고하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실과 대법원이 함께 외교부에 의견서 제출을 압박했다"며 "청와대와 대법원이 일본기업 측 대리인과도 소송절차를 협의했고 외교부 의견서까지 대법원에서 검토해주고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소송 혹정을 막아야 한다는 지시를 한 결과 대법원이 외교부와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겠다는 협의까지 한 정황이 확인된 상황에서 어떻게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사법행정권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통상적인 일정과 달리 영장이 청구된 당일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다음날 또는 그 다음날 늦게 기각 결정을 하고 있다"며 법원의 '시간끌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6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고 이에 대해 검찰이 반발하는 모습이 수차례 재현되고 있다. 검찰이 수사 착수 이후 최근까지 200건 넘는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약 10%만 발부했다.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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