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지난 5월 25일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한지 100일이 된 가운데 두달 넘게 사법권 남용 의혹 수사를 하는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진상규명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3일 검찰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달 31일 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고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지난 8월 25일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형석 기자 leehs@ |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였다. 관련 수사 과정에서 노동부가 지난 2014년 10월 대법원 재판부에 제출한 재항고이유서를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았고 이 과정에서 행정처가 청와대와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고영한 전 처장을 비롯해 당시 재판연구관 등 당시 행정처 소속 판사들의 사무실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 자료의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번 의혹 수사와 관련해 법원은 고 전 처장뿐 아니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등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잇따라 기각하고 있다.
검찰 /김학선 기자 yooksa@ |
지난달 25일에도 법원은 고 전 처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한 차례 기각한 바 있다. 당시 영장발부 여부를 심사한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고 전 대법관이 직접 문건을 작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재판연구관실 압수수색은 재판의 본질적 부분 침해가 우려된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임의제출이나 소환조사 요구가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도 기각 배경이 됐다.
법원은 같은달 23일에도 법조비리 사건 수사 정보 유출 의혹 관련,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비롯한 판사 5명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기각했다.
이외에도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200여 건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약 20건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시작 이후 당시 법원행정처가 광범위하게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지만 이처럼 법원의 영장 기각이 계속되자 검찰의 불만도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고 전 대법관에 대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 이후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를 공개하면서 "구체적 근거없이 압수수색 대상자가 구체적 사실관계를 인정할 것 같다는 추측만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지난달 10일 일제 강제징용 및 위안부 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의혹에 연루된 법원행정처 전현직 근무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10여 건에 대한 '무더기' 기각 이후에도 "수사를 하지 말란 소리냐"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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