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아영 기자 = 철강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철근 가격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철강사들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검토한 후 행정소송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들은 공정위의 발표 내용을 재확인하면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다만 행정소송 여부나 구체적인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철근 생산라인. [사진=현대제철] |
지난 9일 공정위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한국철강, 대한제강, 와이케이스틸, 환영철강 등 6개사가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철근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과징금 1194억원을 부과했다. 와이케이스틸을 제외한 5개사는 담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판단,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A사 관계자는"철근시장의 특수한 상황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결정인 것 같아 유감스럽다"며 "발표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대응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사들은 공정위의 발표에 대해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내린 결정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철근 가격은 철강사 대표(현대제철 또는 동국제강)와 건설사 협의체인 건자회 간 협상을 통해 '기준가격'을 정하고, 이 기준가격에서 각 철강사가 자율적으로 할인폭을 정해 실제 판매가격이 결정된다. 공정위는 철강사들이 합의를 통해 할인폭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가격 담합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B사 관계자는 "철근의 가격은 대형건설사 주도로 형성되며,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 수준이나 단가, 비용이 같아서 결국 판매 가격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며 "따로 합의를 하지 않아도 주도적인 업체가 가격을 정하면 나머지 업체는 그 가격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사와 철강사가 함께 가격을 결정하거나 철근 가격 결정을 위한 '협의체' 운영은 앞서 정부가 먼저 권고한 방식"이라면서 "건설사 간 협의는 담합이 아니라면서 철강사 협의만 담합으로 보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과징금 액수는 당초 1조원 이상으로 알려진 것의 10분의 1 수준으로 결정됐지만, 시장 상황이 어려운 업체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가 분기 영업이익 이상 수준"이라며 "중소 철강사에게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현대제철 417억원, 동국제강 302억원, 대한제강 73억원, 한국철강 175억원, 와이케이스틸 113억원, 환영철강 113억원 등이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행위 제재 내용을 담은 의결서는 매출액 집계 등 세부 내용을 검증 후 다음달 6개사에 전달될 예정이다. 철강사들은 의결서와 함께 과징금 고지서를 받으면 과징금을 60일 이내로 납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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