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당시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에서 이미 내린 결정을 직권취소하도록 압박을 행사하고 이를 은폐하려고 시도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해 수사 확대에 나섰다.
1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지난 2015년 한 재경지법 재판부가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법원행정처 간부가 이를 취소하라고 요구한 정황을 파악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미 이같은 결정이 당사자에게 통보된 이후 행정처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고 당초 결정을 직권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처는 이 과정에서 전산정보국을 통해 정보가 내부 전산망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은폐 조치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김학선 기자 yooksa@ |
당초 해당 재판부는 한정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가려달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헌재가 일선 법원의 제청을 받아들여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 특정한 방향의 법률해석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의미가 된다. 기존 판례가 법관들의 판결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헌재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을 대법원이 인정하지 않아 갈등이 거듭돼 왔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이같은 이유로 해당 사안이 헌재에서 다뤄지지 않도록 일선 법원에 압박을 넣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해당 법원은 직권취소 결정 이후 헌재에 위헌 심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재판의 기본은 '재판 독립'이고 재판 운용은 판사가 하는 것이다. (법원행정처가) 이미 결정된 내용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것"이라며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대법원 기밀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하고 파쇄한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수사팀은 이날 서울 서초동 유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수사를 토대로 유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청구 등 신병 처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전망이다.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에서 일선 법원 예산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관련 문건 확보와 관련자 진술 등을 확보하면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오는 12일 오전 이민걸(57·17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김현석(52·20기)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고위 법관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과 함께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을 법관 해외파견 등과 맞바꾸는 데 관여한 혐의다.
김 연구관의 경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던 2016년 6월 옛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검토하는 내용의 문건을 법원행정처로부터 건네받아 유해용 당시 수석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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