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를 재소환한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2일 오전 10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 변호사에게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지난 9일 첫 소환조사에 이어 사흘 만이다.
대법원 기밀자료를 무단 반출·폐기 논란에 휩싸인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전 대법원 재판연구관)가 11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관련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9.11 adelante@newspim.com |
유 변호사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다. 그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유출한 의혹을 받는다.
또 그는 법원을 떠나면서 '통합진보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 문건 등 대법원이 심리하고 있는 민감한 사건들에 대한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파일 등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저장하거나 출력된 문서 형식으로 가지고 나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검찰은 지난 3일 이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한 차례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미 검찰이 확보한 문건 1건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9일 유 변호사를 직접 소환조사하고 이튿날인 10일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유 변호사가 불법 반출한 문건을 자체적으로 회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변호사는 이처럼 영장이 수 차례 기각되는 과정에서 수사 대상이 됐던 관련 자료들을 전부 파쇄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두 번째 영장이 기각된 10일 저녁 "유 변호사가 '새로운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기각된 뒤, 출력물 등은 파쇄했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 버렸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이와 관련 11일 "제가 이 문건들을 가지고 있는 한 검찰이 계속 압박할 것으로 예상, 스트레스가 극심해 문건을 폐기했다"며 "이미 법원에서 위법 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사법부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서고 있다고 반발하며 관련 수사 확대와 진상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사건의 명백한 증거물인 재판자료가 고의로 폐기된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며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법 시스템이 마치 보란듯이 공개적으로 무력화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같은 날 이민걸(57·17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김현석(52·20기)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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