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오키나와(沖縄)현 지사를 둘러싼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14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군 후텐마(普天間)비행장의 나고(名護)시 헤노코(辺野古) 이전 문제에 대해 오키나와현 주민들의 반발이 큰 가운데, 전날 입후보를 마친 두 후보자는 유세 초반부터 나고시를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미군의 전략 수송기 '오스프리'가 대기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 공군 기지.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나고시를 발전시키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 고시일이었던 13일, 선거에 입후보한 사키마 아쓰시(佐喜真淳) 전 기노완(宜野湾)시 시장은 출전식을 마치고 나고시 중심부에서 가두연설을 진행했다. 하지만 연설 내용에 기지 문제는 없었다. 대신 그는 높은 실업률과 경제 부진에 시달리는 오키나와 북부를 부흥시키겠다고 했다.
사키마 전 시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전면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이전 찬성파'다. 그는 지난 2월 정부 측 지원을 받아 당선된 현 나고시장과 연대해 진흥책을 펼치겠다고 호소했다. 사키마 전 시장은 "이데올로기 뿐인 시정운영으로 중심가는 셔터를 내리고 생활이 힘들어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키마 전 시장의 연설을 들은 한 회사원 남성(45)은 마이니치신문 취재에 "헤노코 기지 건설은 현실적으로 공사가 진행된 상태라 멈추기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며 "새로운 지사에겐 나고시의 관광시설 정비 등의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지사의 뒤를 이어 '기지이전 반대'를 내걸고 나온 다마키 데니(玉城デニー) 전 중의원은 적극적으로 기지 이전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오나가 지사는 기지이전 반대파를 이끌던 상징적인 인물로, 지난 8월 별세했다.
13일 오키나와 북부 이에(伊江)섬에서 한차례 유세를 마친 다마키 전 의원은 나고시 헤노코에 위치한 미군 캡 슈와브 기지를 향했다. 기지 게이트 앞에 모인 반대파 시민들 앞에서 그는 "헤노코 신기지 건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아이들에게 미군 기지라는 부담을 물려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나미에 스스무(稲嶺進)나고시 시장을 의식하며 "오키나와의 자립형 경제를 확립하겠다"며 복지와 경제정책도 강조했다. 이나미에 시장은 헤노코 이전을 전제로 정부에게 받기로한 미군 재편교부금을 통해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키나와 본섬 중부의 요미탄무라(読谷村)에서 온 주부 도가시 준코(富樫純子)씨는 "아이들에게 돈 대신 미군기지와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오키나와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DJ 출신 VS 선거불패…이색 이력도 주목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맞대결을 펼칠 다마키 전 의원과 사키마 전 시장은 이색 이력으로도 눈길을 모으는 후보로 알려져있다.
다마키 전 의원은 오키나와 체류 미군이었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가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어머니의 지인에 의해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도쿄의 전문학교를 나와 오키나와 복지시설에서 일을 하던 그는 30살 때 탤런트로 독립했다. 류큐방송(琉球放送) 등 라디오를 중심으로 DJ 활동을 했다. 오키나와 시의원을 거친 후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오키나와현 지사선거에 출마하기 전까지 4선 의원이었다.
사키마 전 시장은 '선거불패'의 이력을 갖고 있다. 대학 졸업 후 7년 간 프랑스에서 공부했던 그는 2001년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노완시 시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2012년 기노완시 시장에 취임하면서 한 번의 선거에서도 패배해본 적이 없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그는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일본의 보수파 단체 '일본회의'에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정회원으로 활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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