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 관세에 중국의 짝퉁 가방 업체들이 활황을 연출하고 있다.
코치와 마이클 코어스, 케이트 스페이드 등 중국에서 제조되는 고가 상품이 관세 시행에 따라 가격 상승 압박을 받는 사이 불법적인 통로로 유입되는 짝퉁의 수요가 급증한 것.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쇼핑객[사진=로이터 뉴스핌] |
20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WP)는 가뜩이나 짝퉁 천국으로 통하는 중국이 미국과 관세 전면전 속에 무법 천지를 연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치백을 정가의 반값에 구매할 수 있는 베이징의 실크마켓에는 쇼핑객과 유통업자들로 이미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명품백의 진품이나 짝퉁 모두 중국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은 마찬가지. 진품은 합법적인 세관을 통해 미국에 유통되기 때문에 관세가 적용되는 반면 법망을 피해 진입하는 짝퉁은 가격 인상 압박에서 자유롭다.
관세 시행에 따라 진품과 모조품의 가격 차이가 더욱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짝퉁의 수요를 크게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욕에서 일하는 패션 부문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수잔 스카피디는 WP와 인터뷰에서 “진품 백에 부과되는 관세는 모조품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업계에서도 나왔다. 뉴욕에서 패션 유통업을 운영하는 레베카 민코프는 관세 시행에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주최로 열린 공청회를 통해 파장을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핸드백을 포함한 패션 상품에 적용되는 관세가 중국의 지하 경제 성장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며 “가뜩이나 골칫거리인 중국산 짝퉁 때문에 진품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은 그 밖에 소비재도 마찬가지다. 전자제품과 소프트웨어, 의류 등 2000억달러 규모의 관세 품목에 해당하는 상품이 가짜들에게 고객을 잃을 위기다.
패션 산업만 매년 모조품으로 인한 피해액이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관련 업계와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최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집계에 따르면 전 산업에 걸쳐 전세계 짝퉁 거래 규모가 4610억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글로벌 의약품 거래 규모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짝퉁 핸드백의 85% 이상이 중국과 홍콩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브랜드는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애널리스트는 미국 중산층 소비자들이 관세 시행 이후 짝퉁 구매를 늘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모조품 거래가 쉬워진 것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관세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 이외에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비용 상승 및 생산 차질 역시 짝퉁 수요를 늘리는 데 한몫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수 년간 모조품 유통을 근절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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