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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②] 장례식 없는 무연고 사망...죽어서도 홀대

기사등록 : 2018-10-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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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무연고 사망 계속 늘어...노인 사망자 급증
독거노인 고독사 늘고 경제위기·가족해체 등 원인
유골 장기방치·불법소각 등 사후 처리 문제 심각
"공영장례제도 등 근본적인 대책 필요"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편집자] 지구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유엔은 2016년 인구보고서에서 “인류가 직면한 고령화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위기”라고 경고한 바 있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불과 18년 만에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절벽이 심한 일본보다 6년이나 빠르지만 노인 복지나 사회적 관심은 훨씬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잖다. 특히 1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노인빈곤’ ‘고독사’ 같은 우울한 단어들이 청년들까지 짓누르고 있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대안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지난 8월 5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식이 열렸다. [사진=나눔과나눔 제공]

◆하루 5명씩 쓸쓸한 죽음

장례식도 시신인수도 없는 노년의 쓸쓸한 죽음이 늘고 있다. 1일 서울시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1384건(2014) △1669건(2015) △1833건(2016) △2010건(2017)으로 증가 추세다. 하루 꼬박 5명씩 외로운 죽음을 맞는 꼴이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숫자도 지난 2014년 299건에서 지난해 366건으로 약 22%가량 늘었다. 이대로 가다간 2035년쯤엔 무연고 사망자가 한 해 1만명을 넘을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 집계되는 숫자는 실태를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 시민단체인 ‘나눔과나눔’은 지난 8월에만 40명의 장례를 치렀다. 장례 횟수도 월 21회로 평균 15회 수준이었던 지난해 수치를 뛰어넘었다.

무연고 사망은 홀로 쓸쓸한 임종을 맞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 비율이 80%~90%에 달한다. 사망 장소는 대개 병원이 아닌 살던 집이나 고시원, 쪽방, 길거리, 한강 등이다.

이런 죽음은 최후도 참혹하다. 고독사 특성상 사망 이후 최소 3일이 지나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부산에서는 50대 남성이 사망 5개월 뒤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광주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였던 70대 노인이 사망한 지 두달 만에 발견됐다. 그 사이 시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했다.

부용구 나눔과나눔 전략사업팀장은 “매번 장례에서 운구차를 열어보지만 (부패가 심해서)느껴지는 냄새가 다르다”며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 때문에 온열 질환으로 돌아가신 노인 분이 많아 상황이 더 심각했다”고 말했다.

◆독거노인 140만명...경제위기·가족붕괴로 시신인수 거부

지난 7월 27일 사망한 한 무연고 사망자의 시체검안서. '사인 미상'과 ‘전신부패 심함’이 기록돼있다. [사진=나눔과나눔 제공]

무연고 사망자 중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상당하다. 증가율도 훨씬 가파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노인 사망자 숫자는 835명이었다. 4년 전인 2013년(464명)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증가율은 무려 80%다. 전체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38.7%(2014), △39.4%(2015), △40.7%(2016), △41.5%(2017)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전통적인 가족개념 해체와 1인 고령가구(독거노인) 수가 불어난 점과 맞물려 있다. 올해 140만5000명인 독거노인은 2022년에는 171만4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독거노인의 고독사가 많아지면서 무연고 사망자도 늘어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무연고 노인 사망자들은 상당수가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배우자나 자녀, 친척에게 외면 받아 무연고 사망처리된다. 유족들은 생전 고인과 감정적으로 틀어졌거나 혹은 금전적 이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한다.

부용구 팀장은 특히 경제적인 원인을 강조했다. 그는 “IMF와 금융위기 등 대형 경제난, 경기 침체로 가정이 붕괴되면서 가족 간 연락이 단절된 사례가 많다”며 “세월이 흘러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어도 고인을 거둘만한 형편이 못돼 시신 인수, 장례식을 포기한다”고 설명했다.

◆죽어서도 죽지 못해...장기방치·불법소각 '충격'

서울시립승화원에 위치한 화장 시설 2018.09.27 [사진=김세혁 기자]

무연고 사망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도 힘들다. 올해 초 전북 무주에서는 무연고 유골 3만6000여구가 컨테이너 박스에 흉물스럽게 방치됐다가 뒤늦게 발견돼 충격을 줬다. 앞서 지난해 충남 금산에서는 A씨 등이 화장 비용을 절감하려고 무연고 유골 3455구를 불법 화장해버린 뒤 추모공원에 매립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행정 당국의 관리 소홀을 틈타 이런 만행이 일어났다.

사후 처리 문제는 국가가 안아야할 숙제다. 기본적으로 장례지원이나 유골 보관비용, 추후 매장 비용은 고스란히 지자체 몫이다.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화장을 거쳐 유골을 10년 간 보관해야한다. 서울시의 경우 시립승화원에서 10년 동안 봉안한 뒤 유족을 찾지 못하면 시립공동묘지에 합동 매장한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런 장사시설도 조만간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부 팀장은 무연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현재 공영장례제도 조례안이 통과는 됐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는 2일장으로 바꿔 장례비 부담을 줄여주거나, 공립장례식장에서 빈소를 마련해주는 방법, 지자체가 사회공헌차원에서 민간 장례식장과 업무협약을 맺는 방법 등을 적극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beo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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