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박 9일 간의 유럽 5개국 순방을 위해 오늘 서울공항을 출발한다. 문 대통령은 내년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앞둔 유럽을 방문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당위성에 대해 유럽 각국의 협조와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일정은 빡빡하다. 문 대통령은 프랑스·이탈리아·교황청·벨기에·덴마크 등 5개국을 방문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세르지오 마테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장 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들과의 정상회담을 이어간다.
특히 18일은 전 세계의 이목이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단독 면담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상 면담이 오전 이른 시간에 30분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문 대통령과 교황의 면담은 정오에 예정돼 있어 다소 긴 시간 동안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한 초청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어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상황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권 문제와 종교 탄압 의혹, 공식적으로 가톨릭 사제와 신도가 없는 북한에 방문하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서울공항에서 전용기편으로 인도 뉴델리를 향해 출국하기 전 인사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
◆ 유럽 순방 첫날 파리 동포 간담회, 방탄소년단 공연 한불 우정의 콘서트도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이 백미, 성 베드로 성당 미사 후 연설도 관심
문 대통령은 우선 유럽 순방 첫날인 13일 파리에서 곧바로 우리 동포들을 만나 격려하고 현재 고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진전 등에 대해 설명한다.
둘째 날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등이 공연하는 한불 우정의 콘서트에 참가해 한국 문화의 힘을 유럽에 전할 예정이고, 15일에는 본격적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 등 본격적인 정상회담 일정을 진행한다.
프랑스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파리 시청 리셉션에 참석한 뒤 한-프랑스 비즈니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성장 산업 등에 대한 한불 경제 협력 강화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탈리아 방문 첫 날인 17일 첫 일정으로 세르지오 마테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면담에 이어 주세페 콘테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이후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한다.
특히 교황청의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직접 미사를 집전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교황청의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미사 후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에 대한 연설을 할 예정이며 파롤린 국무원장과 만찬도 할 예정이다. 18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하고 이어서 교황청 국무원장과 회담도 한다.
뉴욕 시티 필드에서 공연하고 있는 방탄 소년단 [사진=빅히트 제공] |
◆ 아셈 정상회의 "포용적 성장, 국제사회 지속가능성장 기여 방안 제시"
제1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도 참석
문 대통령은 18일~19일 아셈(ASSEM)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벨기에서 열리는 아셈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를 줄인 말로 아시아 16개국, 유럽연합 27개국, 제3그룹의 3개국 정상들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사무총장이 만나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정상회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아셈 일정에 대해 "글로벌 도전에 대한 글로벌 동반자를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아셈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포용적 성장이 국제사회의 지속가능성장과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셈 정상회의에서 EU 정상들과 정상회의 참석 정상들과의 단독 정상회담도 진행한다. 이후 문 대통령은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이동해 P4G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진행한다.
문 대통령은 20일 제1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회의에 참석해 기후변화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한 민간 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 대통령은 덴마크 여왕과의 면담,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와의 한·덴마크 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귀국길에 오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BBC 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청와대] |
◆ 文 대통령 "한반도에 새 질서, 동북아 새 질서로 이어질 것"
마지막 남은 냉전, 다자안보체제로 항구적 평화 구상
문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을 통해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도 호소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 체제를 해체할 수 있도록 미국 외 다른 관련국들과 협력해나가는 데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다자안보평화체제를 제안해왔다는 점에서 아셈 순방은 의미가 적지 않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냉전이 물러나고 안보·경제 공동체를 이룬 유럽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 해체와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통한 평화체제의 항구화를 강조하는 것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문 대통령이 그동안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언급한 만큼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이어 "유럽에서 헬싱키 선언(1975년 8월 1일 알바니아를 제외한 전체 유럽 33개국 및 미국·캐나다의 정상급이 모여 맺은 안보와 경제·과학기술·환경 분야, 인도 분야 협력 선언)을 잘 검토하면 좋겠다"며 "유럽안전보장협력회의(CSCE)에서 어떻게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로 넘어갔는지 검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