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21세기폭스의 제임스 머독 최고경영자(CEO)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이사회 의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합의에 따라 내달 중순까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야 하는 머스크의 후임으로 머독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임스 머독 21세기폭스 CEO와 아내 캐스린 허프슈미드 [사진=로이터 뉴스핌] |
머스크는 지난 8월 상장 폐지 트윗 사건과 관련, 증권사기 혐의로 SEC로부터 피소됐다. 테슬라와 머스크는 각각 벌금 2000만달러를 내고, 머스크가 겸임해온 의장직에서 사임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차기 의장 물망에 오른 머독은 ‘미디어 재벌’ 제임스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차남으로, 현재 테슬라의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의장직 후임으로 안토니오 그라시아스 독립이사를 선호했으나, 그라시아스가 회사에 오랜 시간 관여해왔기 때문에 SEC가 요구하는 ‘독립적인 인사’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시아스가 이사로 영입된 건 지난해이나, 그라시아스가 이끄는 ‘발로 이쿼티 파트너스’는 2005년 테슬라에 투자했고 5년 후 테슬라 기업공개(IPO) 당시 주식을 팔았다. 그라시아스는 머스크의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에도 투자했다.
머스크와 머독은 이와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으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머독은 의장직을 맡을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독은 21세기폭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월트디즈니에 매각한 이후 21세폭스 CEO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최근 스카이가 컴캐스트에 매각돼 스카이 회장직 사임 절차도 밟고 있다.
테슬라 내부 브리핑을 받은 한 소식통은 “제임스는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 최적격”이라며, CEO직은 계속 유지할 “일론 옆에 앉아 많은 거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머독은 최근 외부 행사에서 테슬라 이사직 업무가 “아주 매력적인 경험”이며 “테슬라와 일론의 목표가 아주 대담하다는 점에 매료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머독이 유력한 차기 의장으로 거론되는 데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그간 머스크 입김이 지나치게 세다는 지적을 받아온 테슬라 이사회는 지난해 신임독립 이사 두명을 영입했다. 머독은 그 중 한명이다. 그러나 재정비된 이사회 역시 “변덕스러운 머스크를 막는 데 별반 힘을 쓰지 못했다”고 FT는 지적했다.
게다가 머독은 최근 파문을 일으킨 테슬라의 다수 결정에 참여해 온 인사이기도 하다. 머독을 비롯한 이사회는 머스크가 SEC와의 합의를 처음 거절했을 때 이에 강력한 지지를 보낸 바 있다.
다만 테슬라 이사회는 아직 차기 의장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며, 외부 후보자를 고려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SEC 합의에 따라 45일 안에 사임해야 하는 머스크의 의장직 임기는 11월 중순까지나, 머스크가 요청할 경우 ‘45일 데드라인’은 연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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